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경쟁과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 복합적인 국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단순한 경제교류를 넘어 공급망과 첨단기술, 에너지,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교부 국립외교원은 7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제8차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복합위기 시대 한·아세안 협력의 재구성’으로, 국제사회가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생산시설과 투자처를 동남아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핵심광물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급망 구조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 및 조달망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기술과 아세안의 젊은 인구 및 성장하는 시장을 결합할 경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역시 중요한 협력 분야다. 동남아시아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폭염, 해수면 상승 등에 취약한 지역인 만큼 기후 대응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전략대화는 정부 간 공식 협상과는 다르지만, 한국과 아세안의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중장기적인 협력 방향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아세안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확대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외교·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역시 한국의 기술력과 산업 경험에 관심이 높다.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앞으로 한·아세안 관계에서 중요한 과제는 일회성 사업을 넘어 실제 투자와 기술협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공급망 안정과 첨단산업 협력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경제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외교·안보와 기후·디지털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은 한국의 외교·경제적 선택지를 넓히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