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내정보기관 MI5의 켄 매컬럼 국장이 냉전 이후 새로운 국가안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이란을 비롯한 적대 세력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첩보 활동과 테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매컬럼 국장은 10월 13일 연례 안보 위협 브리핑에서 영국이 과거와 다른 형태의 국가안보 위협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MI5가 적대 국가의 활동을 막는 데 투입하는 역량이 냉전 시기보다 커졌다고 설명하며, 국가 간 경쟁이 군사력이나 외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보 수집과 사이버 활동, 사회 내부의 영향력 행사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MI5가 주목하는 위협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활동이다. 영국 정보기관은 러시아를 주요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목해 왔으며, 적대 국가들이 영국의 핵심 기반시설과 군사 관련 시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정보 수집과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매컬럼 국장은 이란이 과거보다 더 민감한 목표물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 군사시설과 전략적 시설을 겨냥한 위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보기관과 경찰·군 당국 사이의 협력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안보 위협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생성형 AI는 허위 정보 제작과 여론 조작, 사칭 등에 활용될 수 있으며, 극단주의 세력이 선전 활동이나 공격 준비에 기술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AI가 실제 생물학적 무기 개발에 어느 정도 활용될 수 있는지는 기술적·보안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영국 정부는 정보기관의 활동만으로 모든 위험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국가 기반시설을 운영하는 기업과 지방정부, 연구기관, 일반 시민이 사이버 보안과 정보 검증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조작 정보가 사회적 갈등을 키우거나 외국 세력의 영향력 행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발언은 유럽 안보 환경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적 긴장, 기술 변화가 맞물린 복합적인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영국이 앞으로 정보기관의 대응 능력을 어떻게 강화하고, 시민의 권리와 안보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