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부터 투자 가치까지 AI(인공지능)에게 묻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부동산 거래에서 AI의 조언을 맹신하다가는 수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조언으로 발생한 부동산 '거래 마비'

최근 부동산 중개인이자 인플루언서인 라이언 서헨트(Ryan Serhant)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5천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 계약이 깨질 뻔한 충격적인 사례를 공유했다.

매도인이 AI에게 가격 적정성을 묻자 "가격이 너무 낮다"는 답변을 받았다.

반대로 매수인이 동일한 질문을 하자 "가격이 너무 높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I의 조언을 바탕으로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려고 하고 사는 사람은 싸게 사려고 하기에, 당연히 거래가 성사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서헨트는 AI가 인근 매물 데이터를 맥락 없이 부적절하게 비교하여 산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AI가 가진 치명적 약점

부동산 전문가들은 AI의 답변을 그대로 믿는 것이 위험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동조 편향(Yes-man bias)이다. 콜드웰 뱅커 리얼티(Coldwell Banker Realty)의 카미니 레인 회장은 "AI는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에 맞춰 결과를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객관적 시장 가격이 아닌 질문자의 의도에 편향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 데이터의 부족이다. AI는 지역별 시장 분위기, 협상 테이블의 미묘한 상황, 건축 디자인 트렌드 등 중개인만이 파악하는 '정성적 데이터'를 반영하지 못한다.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시스템 연계의 한계도 있다. 질로우(Zillow)의 니콜라스 스티븐스 부사장은 "AI가 실제 거래 현장의 세부 정보와 실시간으로 연계되지 않으면 잘못된 투자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는 결정권자 아닌 보조 도구

부동산 업계는 현재 AI를 '결정권자'가 아닌 '보조 도구'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수많은 매물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기본 시장 데이터를 요약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부동산 중개인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근 주요 부동산 플랫폼들은 'AI가 생성한 분석 데이터는 참고용일 뿐 법적 책임이 없다'는 면책 조항을 강화하는 추세이며, AI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실거래가와 연동된 데이터베이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