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N. 퍼터 박사부터 '나 홀로 집에 2' 호텔 지배인까지… 장르를 넘나든 독보적 연기 세계

2012년 뇌졸중 극복 후에도 식지 않던 예술적 열정… 전 세계 팬들의 추모 물결 이어져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배우 팀 커리(Tim Curry)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연예매체 TMZ 등 미국 언론 및 엔터테인먼트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커리는 화요일 늦은 시각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는 지난 2012년 심각한 뇌졸중을 겪은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예술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아 깊은 울림을 준 바 있다.

컬트 영화의 신화 ‘록키 호러 픽쳐 쇼’와 프랭크 N. 퍼터

영국 체셔에서 태어난 커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계기는 1973년 런던 무대에 오른 리처드 오브라이언의 뮤지컬 코미디 ‘록키 호러 쇼’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과학자 프랭크 N. 퍼터 박사(Dr. Frank N. Furter) 역을 맡아 캐릭터를 직접 창조하고 발전시켰다.

2년 뒤인 1975년 스크린으로 옮겨진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도 같은 주연을 맡아 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쥐었다.

수전 서랜든 등이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공포, SF, 뮤지컬이 결합된 파격적인 연출로 심야 상영 열풍을 일으켰다.

관객들이 직접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분장하고 대사를 따라 외치며 노래하는 독특한 '심야 상영 관람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이 전통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컬트 팬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커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수많은 십대들에게 남들과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용기와 해방감을 선물했다"며 작품이 지닌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정관념을 거부한 천재적 배우… 스크린과 무대를 삼키다

프랭크 N. 퍼터라는 거대한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커리는 늘 파격적인 변신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주인공보다는 "인간 정신과 행동의 기이한 면모를 파고드는 역할이 더 흥미롭다"는 자신만의 연기관을 바탕으로 선과 악을 넘나드는 명연기를 펼쳤다.

커리는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연극 무대에서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 역으로 찬사를 받았고, 영화계에서는 영화 ‘애니’의 루스터 해니건, ‘나 홀로 집에 2: 뉴욕을 헤매다’에서 주인공 케빈을 쫓던 집요한 플라자 호텔 지배인, 스티븐 킹 원작의 TV 영화 ‘그것(It)’ 속 공포스러운 살인 광대 페니와이즈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성우로서의 독보적 족적도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를 지닌 그는 폭스 애니메이션 ‘피터 팬과 해적들’에서 후크 선장 목소리를 맡아 데이타임 에미상(Daytime Emmy Award)을 수상하는 등 성우로서도 눈부신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과 배우 인생을 진솔하게 풀어낸 자서전 ‘Vagabond: A Memoir’를 출간하며 팬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대체 불가능한 예술 아이콘, 굿바이

비록 말년에는 건강 악화로 투병 생활을 이어왔으나, 커리는 대중문화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예술적 아이콘'으로 추앙받아 왔다.

그의 부고가 전해진 직후 할리우드 동료 배우들과 감독들, 그리고 전 세계 수많은 컬트 영화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가 남긴 명대사와 음악들을 공유하고 있다.

대중문화 매체들은 "스크린 위에서 가장 매혹적인 악당이자 자유의 상징이었던 팀 커리의 별세는 엔터테인먼트계의 커다란 별 하나가 진 것과 같다"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