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한 작은 빵집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이 차가운 법 집행 대신 따뜻한 공동체의 온기로 마무리되었다.
병든 남편에게 가장 좋아하는 빵을 먹이고 싶었던 80대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경찰의 결정에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에서 발생한 이 가슴 아픈 사연은 '법과 원칙' 너머에 있는 '인본주의적 경찰 행정'의 모범 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 8,000원의 무게
지난달 2일 오후 2시경, 고양시의 한 빵집에서 80대 여성 A씨가 단팥빵 5개를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서다 적발되었다.
빵 5개의 가격은 고작 수천 원 남짓이었지만, 현행법상 이는 명백한 '절도'에 해당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빵 5개' 뒤의 삶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며 수사관들의 마음을 울렸다.
A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조차 버거운 형편이었다.
A씨는 거동이 불편하고 지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홀로 20년 넘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온 사실도 드러났다.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평소 남편이 단팥빵을 참 좋아했는데, 주머니에 돈은 없고... 그만 손이 가고 말았다"는 할머니의 진술은 조사실에 앉은 경찰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기계적 처벌' 대신 '실질적 구제'를 택한 경찰
고양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 회부, 사안이 가볍고 동기에 참작할 점이 뚜렷하다는 판단 하에 전과가 남는 정식 형사 입건 대신 즉결심판으로 감경 처분했다.
경찰은 처벌보다 중요한 것이 '생존'이라고 판단했다. 즉시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연락하여 할머니 부부가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법의 온도는 몇 도인가?
이번 사례는 법 집행이 단순히 범죄를 응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법대로만 처리했다면 할머니는 범죄자가 되었겠지만, 저희는 할머니가 다시 일어설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진정한 민생 치안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흔히 '장발장 사건'으로 불리는 생계형 범죄에 대해 한국 경찰이 보여준 이번 유연한 대처는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선처에 그치지 않고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재발 방지(빈곤 해결)'라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자치경찰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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