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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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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얼룩진 6·3 지방선거

서울·인천 등 전국 17곳서 투표용지 동나… 유권자 큰 불편 겪어

이지은 기자
사상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얼룩진 6·3 지방선거

선관위, 긴급위원회 열고 ‘개표 강행’ 결정… 정치권은 공방 격화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동시다발적으로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두 곳이 아니라 무려 17곳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태로 선거 관리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특히 분노한 시민들과 정치인들에게서 선관위 해체나 탄핵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투표용지 소진 사태, 전국 17곳에서 발생

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등 주요 지역 투표소에서 오후 1시경부터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공식 집계 결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곳은 서울 14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17곳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송파구(8곳), 강남구(2곳), 서초구(2곳), 광진구(1곳), 동작구(1곳), 인천 연수구(2곳), 경기 화성시 동탄구(1곳) 등이다.

일부 투표소는 16시 10분경 투표가 전면 중단되었고, 긴 대기 줄을 견디지 못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고 귀가하는 등 참정권 침해 논란이 확산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에서는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재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투표 마감 시간이 되자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함을 회수하려 해 투표함 반출을 막는 400명이 넘는 시민들과 경찰들이 밤샘 대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관위 “재선거 사유 아냐”… 개표 강행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앙선관위는 6월 3일 밤 9시 허철훈 사무총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현장 수습에 나섰다.

이어 6월 4일 0시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투표용지 부족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낮은 투표율을 고려해 전체 유권자 수보다 적게 투표용지를 배부하는 관행과 예측 실패가 겹쳤다”고 해명했다.

지난 2021년 독일에서는 투표지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자 2024년 연방헌법재판소가 2,256개 선거구 중 문제가 발생한 455곳에 대해 재선거를 결정한 적이 있다.

정치권 공방 격화… ‘부정선거’ 주장까지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오염된 선거’로 규정하고 선거 무효 소송 준비, 개표 중단 및 재선거 요구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선거 당일 밤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전국적인 진상 파악이 될 때까지 모든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며 밤샘 대치를 이어가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선거 요구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 공세”라며 선관위에 원활한 개표 관리를 주문했다.

여야는 재선거 시행 시 유권자 의지가 왜곡될 가능성과 참정권 침해 문제를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청와대 "선관위가 대응해야 할 문제"

청와대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일련의 상황을 엄정 주시 중이다"라며 "선관위는 투표권 행사·개표 관리 차질 없도록 책임 있는 조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계 “법적 판단 필요… 선거 관리 총체적 부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헌법상 ‘자유선거 원칙’이 훼손되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선거권 침해가 중대하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른 선거무효 소송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태 속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당락에 실질적 영향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선관위의 관리 부실 문제는 향후 국정감사나 부정선거 논란 등 후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기본인 투표용지 수량 산정조차 실패한 것은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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