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강타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8일 발표한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40개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선관위가 사태 초기 발표했던 수치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 참사’ 수치로 확인… 91곳서 실제 투표지 부족

선관위가 8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중 용지를 추가 송부한 곳은 총 140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에 차질을 빚은 곳은 91곳에 달한다.

지역별 현황으로는 서울(53곳)이 가장 많았고 경기(36곳), 인천(18곳) 순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도 26곳에 달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에서만 15곳이 발생해 가장 심각한 관리 부실을 보였다.

선관위 지도부 '문책성 경질'… 사무총장 등 직위해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사법·정치권은 즉각적인 칼을 빼 들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지명을 해제했고, 이에 따라 위철환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되었다.

선관위 내부 인적 쇄신도 단행되었다.

허철훈 사무총장이 면직되고 강동완 사무차장이 직무를 대신하며, 선거정책실장과 선거1국장은 오는 9일 자로 직위 해제된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로 보고 강도 높은 문책 인사를 감행했다.

'진상규명위원회' 10일 가동… 외부 인사 6명 참여

선관위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투표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한다.

위원장은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며, 시민단체,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투표용지 인쇄·배정·수급 과정의 과실 여부와 보고 체계의 적정성을 조사하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관위 스스로 꾸리는 위원회인 만큼, 얼마나 성역 없는 조사가 이루어질지가 이번 사태 수습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