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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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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도체투톱'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성과급 바라보는 민심 왜 다른가

'지옥서 돌아온 전리품' vs '위기 속 배부른 투정'

이성민 기자
[기획] '반도체투톱'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성과급 바라보는 민심 왜 다른가

최근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파격적인 임단협을 체결하자, 삼성전자 노조 역시 '영업이익 15%·상한선 폐지'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두 기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는 단순한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양사가 걸어온 역사적 서사와 노사가 위기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들은 밤낮없이 연구소에서 숙식하며 장비를 뜯어고쳤고, 생산직들은 임금 동결을 감내하며 현장을 지켰다.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은 지금 그 대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 노조는?

하이닉스의 잔혹사: ‘현대전자’의 빚더미에서 피어난 HBM의 기적

SK하이닉스의 현재는 '하이닉스 잔혹사'라 불리는 10년의 암흑기를 견뎌낸 결실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로 LG반도체를 강제로 떠안으며 빚더미에 앉았던 현대전자는 이후 IT 버블 붕괴와 함께 고사 위기에 처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2001년 채권단 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부터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직원들이 모든 고난을 겪어냈다.

10년의 인내: "회사를 위해 내 지갑과 미래를 던졌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월급봉투와 생계였다. 단순히 월급이 오르지 않는 수준을 넘어섰다.

2000년대 초반, 전 직원은 기본급의 10~20%를 자진 반납했다. "회사가 망하면 월급도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임금을 반납한 것이다.

무급 휴직 릴레이가 이어졌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직원들은 강제로 혹은 자발적으로 무급 휴직을 떠나야 했다. 집에서 쉬면서도 혹시나 회사가 문을 닫지는 않을까 매일 뉴스를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복지는 전면 중단되었다. 명절 상여금, 자녀 학자금 지원, 심지어는 사무실 소모품비까지 전면 삭감되었다.

채권단 관리 체제하에서 직원들은 임금 동결과 반납, 무급 휴직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눈물의 자사주 매입과 휴지 조각이 된 자사주: "퇴직금까지 털어 넣었지만..."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직원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사주 매입 운동'을 벌였다.

직원들은 한 주라도 더 사서 회사를 지탱하려 퇴직금과 적금을 깼다. "우리 회사는 우리가 살린다"는 구호 아래 수천억 원의 자금이 모였다.

하지만 회사를 살리려 직원들이 사력을 다해 사들인 자사주는 감자를 거치며 사실상 가치를 잃었다.

연이은 감자(주식 소각) 조치로 인해 직원들이 평생을 바쳐 모은 주식 가치는 90% 이상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구성원들은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당시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집 한 채 값이 껌값으로 변했다"는 탄식이 쏟아졌지만, 현장을 떠나는 이는 드물었다.

헝그리 정신'의 극한: 눈물의 장비 개조와 기술 혁신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워야 했다. 삼성전자가 최신 장비를 수조 원씩 들여 쇼핑할 때, 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은 구형 장비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당시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하에 있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수조 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할 때 단 한 대의 신규 노광 장비도 살 수 없는 처지였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신기술(DDR2, DDR3 등)을 구현할 새 장비를 살 돈이 없자,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낡은 장비를 뜯어고치고 설계를 비틀어 최신 공정을 구현해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신규 '248nm DUV' 장비를 사는 대신, 이미 보유하고 있던 구형 '365nm i-line' 장비의 광원을 개조하고 독자적인 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했다.

장비를 바꾸지 않고도 회로 선폭을 0.15마이크로미터($\mu m$)에서 0.12$\mu m$, 나아가 0.10$\mu m$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닉스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비를 아끼면서도 삼성전자 등 선두 업체와 대등한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설적인 혁신으로 이어졌고, "하이닉스는 독종들만 모인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새 장비를 도입할 자금이 없어 구형 장비를 뜯어고쳐 신제품을 만들어냈던 '장비 개조 프로젝트(블루칩(Blue Chip) 프로젝트)'는 현재 하이닉스가 가진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의 근간이 되었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길, 즉 장비를 개조하고 공정을 비트는 창의적인 엔지니어링 경험은 훗날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라는 고난도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는 기초 체력이 되었다.

"돈이 없으면 머리로 때운다"는 절박함 속에 쌓인 노하우는 훗날 하이닉스가 공정 미세화 단계마다 경쟁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내는 '짠물 경영'과 '기술적 근성'의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하이닉스만의 독보적인 전유물이며, 대중이 이들의 수억 원대 성과급을 '정당한 전리품'으로 인정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의 뼈아픈 격차: "상대적 박탈감의 10년"

당시 하이닉스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담장 너머 삼성전자와의 엄청난 차이였다. 10년 사이에 세계적인 글로벌 대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언제든 망할 처지인 하이닉스와 다른 레벨에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았고, 대우 역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극과 극의 연말: 삼성전자 직원들이 회사의 고공 행진 속 'PS(성과급)'로 수천만 원을 받아 축제 분위기일 때, 하이닉스 직원들은 "올해는 제때 월급이 나올까"를 걱정하며 조용히 퇴근해야 했다.

인재 유출의 유혹: 헤드헌터들이 하이닉스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유혹했지만, 많은 이들이 "내가 살린 회사 끝까지 본다"며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의 오만: ‘1등의 자만’이 불러온 위기와 차가운 시선

반면 삼성전자는 '초격차'라는 단어에 취해 위기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위기론이 대두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하지만 HBM 시장 대응 지연과 파운드리 부진으로 '삼성 위기론'이 대두되었을 때, 구성원들이 보여준 모습 역시 하이닉스와 달랐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은 위기의 원인을 경영진의 판단 미스로 규정했다. "경영 실책의 책임을 왜 노동자의 보상 삭감으로 전가하느냐"는 논리가 우세했으며, 회사의 위기와 개인의 보상을 철저히 분리된 '비즈니스적 계약' 관점으로 접근했다. 또한 그동안 삼성 노조는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거나 위기론이 나올 때도 항상 '업계 최고 대우'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이번에 우연히 찾아온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영업이익과 실적 역시 기술 경쟁력보다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으로 인해 얻은 반사이익이다.

최근의 실적 개선은 내부 혁신보다는 D램 등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에 기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기술 제재를 하면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기업들이 미친 듯이 사재기를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부정적 이미지도 누적되었다. 1등 기업으로서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나 기술 탈취 이슈 등은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들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를 낮추는 요인이 되었다.

노사의 결정적 차이: '연대'가 없는 노동자는 노동자인가

가장 큰 차이는 '연대'와 '상생'의 정신에서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위기 시절부터 노사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해온 반면, 삼성 노조의 요구는 철저히 '사내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분배의 공식: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라는 투명한 기준을 세워 성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는 고통을 분담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자 미래를 위한 약속이다.

고립된 삼성 노조: 삼성 노조는 사내 협력업체나 타 노조와의 연대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대중의 눈에 이들의 투쟁이 '배부른 우등생의 징징거림'으로 비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다.

"양손에 떡 들고 더 달라면 누가 좋아하나"

전문가들은 사측에 막대한 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삼성 노조의 요구가 법적으로나 노동조합으로서 정당한 권리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넘어선 '상생안'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대하지 않는 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냉정한 비판을 삼성 노조원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며, "협력사 동료들과 성과를 나누는 상생 모델을 먼저 제시할 때 비로소 그들의 성과급 요구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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