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멕시코전 단체 응원 현장에서 시작된 우연한 인연이 한인 시니어의 삶을 따뜻하게 바꾸는 감동적인 기적을 만들어내 화제다.

1만 명의 인파 속, 두 개의 국기를 든 한 남자

지난달 18일, 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에서 열린 한국-멕시코전 단체 응원 현장에는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그중 한인타운에서 30년간 칼갈이로 생계를 이어온 피터 김(70세) 씨가 홀로 한국과 멕시코 국기를 양손에 든 채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70세의 칼갈이 장인인 김 씨는 수십 년 동안 손님을 찾아 한인타운을 차로, 때로는 자전거로 누비며 살아왔다.

김 씨는 한국 목포에서 태어나 1970년대에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이주했다. 그 후 1992년, 새로운 삶을 꿈꾸며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김 씨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생했고 여러 번 사기를 당하면서 다시 일어서기가 무척 힘들었다. 결국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지 고민하다가 칼과 가위를 가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 씨는 일감을 찾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닐 때가 많다. 하지만 70세의 나이에 어깨 부상까지 겹쳐, 예전처럼 동트기 전부터 일을 시작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떤 날은 하루 벌이가 100달러나 50달러도 되지 않았다.

이런 김 씨의 한국-멕시코 전 응원에는 이유가 있었다.

때로는 하루 수입이 50달러도 채 되지 않는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그는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몬트 예비뉴와 베니스 불러바드 인근의 멕시코 교회에 꾸준히 십일조를 해왔기 때문이다.

멕시코 교회와 인연이 있는 김 씨는 당시 "마음으로는 고국 한국을 응원했지만, 두 팀 모두 다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축구 경기를 보러 온 이유도 있었지만,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응원전에 왔다고 했다. 그 희망은 현실이 되었다.

인플루언서 이주형 씨와의 운명적 만남

김 씨의 모습을 눈여겨본 인플루언서이자 한인 2세인 네이트 이(한국명 이주형, 38세) 씨가 다가가 함께 응원하자고 제안했다.

대화 도중 김 씨가 입고 있던 '칼·가위 갈아요'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본 이 씨는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칼을 맡기며 수공비로 200달러를 건넸다.

김 씨는 "처음엔 그저 손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나를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전반전까지만 경기를 보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 주 후반, 이 씨는 인스타그램에 이 어르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 영상을 올렸다.

500명 이상의 고펀드미 동참과 2만 달러의 기적

그렇게 이들의 인연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씨는 SNS를 통해 김 씨의 사연을 알렸고, 온라인 모금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에 김 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네티즌이 동참해 2만 1,000달러(한화 약 2,900만 원)가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생계 수단인 자전거와 칼갈이 장비 일체를 도난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소식을 접한 이 씨는 곧바로 1,800달러 상당의 새 전기자전거를 선물했고, 모금액 중 1,000달러를 우선 전달했다.

뜻밖의 큰돈을 손에 쥔 김 씨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역시 평소 다니던 멕시코 교회였다.

김 씨는 지원금 중 10%인 100달러를 교회에 바로 헌금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도와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힘을 보태며 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돈에 대해 거창한 계획은 없다. "이 돈은 하나님의 돈입니다. 제 마음대로 쓸 수 없어요."

한인타운에서 열린 월드컵 응원전에서 만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네이트 이 씨와 피터 김 씨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번 미담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스포츠 응원 현장이 어떻게 따뜻한 공동체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