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투표소에서 하나의 투표지 일련번호가 두 장의 투표지에 중복 기입된 사실이 수사 결과 확인되었다. 부실한 선거 관리와 더불어 투표율 조작 정황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무번호 투표용지 수기 기입 과정서 동일 일련번호 중복 발견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에 따르면, 송파구 선관위 산하 두 곳의 투표소에서 같은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용지가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A투표소에서 일련번호 1000번이 수기로 적힌 투표지가 사용되었고, B투표소에서도 똑같이 1000번이 기입된 투표지가 발견된 식이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 일련번호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용지에 사전 ‘인쇄’되어야 한다.
다만 사무편람 규정에 따라 투표용지 부족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련번호가 없는 무번호 투표용지를 선거인수의 3% 내외로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송파구를 중심으로 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상위 기관인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번호를 받아 현장에서 인쇄 기기나 수기로 번호를 급하게 기입하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발생했다.
합수본 조사 과정에서 무번호 투표용지에 통일된 기준 없이 번호가 매겨진 사례도 추가로 드러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1번, 2번' 등 기준 없는 숫자가 나열되거나 아예 공란으로 남겨진 곳도 확인되었다.
선거 공정성 타격 및 사법 처리 고심
합수본 관계자는 “동일한 일련번호를 가진 투표지가 여러 장 존재하면 투표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며, “선거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상규명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지선 중 투표가 중단되었던 전국 26개 투표소에서 무번호 투표용지 3697개가 배부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합수본은 무번호 투표용지 일련번호 기입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함에도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어 사법 처리 여부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동일한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용지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표 통계 '키맞춤' 조작 정황 및 증거보전 논란 확산
이번 수사 과정에서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 오입력 실수를 숨기기 위해 상부 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키맞춤 조작)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관련 직원들이 숫자를 맞추자고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보되어 수사가 선거 통계 조작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법원의 증거보전 결정이 내려지기 5시간 전에 '잠실 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폐기업체에 인계되어 폐기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선관위의 무능과 증거 은폐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국회 국정조사와 사법 당국의 수사 선상에서 정면으로 다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