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방치된 장미란 씨(37) 포함, 제주시 일대서 사흘간 실종자 잇따라 주검으로 발견

담당 경찰관, "실종자와 연락됐다"며 사건 허위 종결… 1년 5개월간 처리한 사건만 무려 298건

법원,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일단 석방… 경찰, 전체 담당 사건 전수조사 및 구속영장 재신청 검토

최근 제주 지역에서 실종된 이들이 잇따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가운데,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등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사건을 임의로 종결해 온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부실 대응을 넘어선 명백한 '치안 공백'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흘간 제주 전역서 실종자 4명 잇따라 숨진 채 발견

25일(한국시간) 경찰 및 해경 당국에 따르면, 제주도 일대에서는 최근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4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이 이어졌다.

60대 남성 A씨 (구좌읍 송당리): 지난달 2일 실종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오랜 기간 방치되다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A씨 역시 뒤에 서술할 '허위 종결'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확인됐다.

70대 남성 B씨 (조천읍 신흥리 해상): 실종신고 접수 하루 만인 지난 23일 오전 바다에서 숨진 채 수습됐다.

60대 남성 C씨 (애월읍 무수천): 지난 12일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 경찰 수색 과정에서 지난 24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장미란 씨 (한림읍 야자수밭): 지난 24일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실종 신고 접수 101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심한 상태였으나 유류품과 인상착의를 통해 지난 5월 종적을 감춘 장미란 씨(37)로 추정되고 있으며, 발견 장소는 마지막으로 포착된 숙소에서 불과 400~500m 떨어진 곳이었다.

"연락 닿았다" 사기 쳐놓고 방치… 부 경장의 '298건 허위 종결' 쇼크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경찰의 구조적 태만과 조직적 은폐 의혹이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30대)은 실종 업무를 담당하면서 행방이 묘연한 이들의 사건을 마음대로 매듭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은 장미란 씨와 60대 남성 A씨 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가족들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 "본인이 위치를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 악질적인 거짓 보고를 올렸다.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시스템상으로만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이다.

부 경장이 실종팀에서 근무한 지난 1년 5개월여 동안 처리·종결한 실종 사건은 총 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많은 사건 가운데 추가로 허위 종결되거나 부실하게 처리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하며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긴급체포 후 '체포적부심'으로 석방, 그러나 구속영장 재추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지난 22일 부 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적 절차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부 경장 측이 체포의 적법성을 따져달라며 제주지방법원에 청구한 체포적부심사에서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부 경장은 일단 석방되었다.

법원 측은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고 있어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요건인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석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은 증거인멸 및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어서 향후 사법 처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실종자·사망자 왜 끊이지 않나?

제주 지역에서 실종 및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경찰의 부실 대응과 '허위 종결' 파문이 겹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진 배경은 크게 제도적 허점, 현장 경찰의 일탈 동기, 그리고 성인 실종 대응 체계의 구조적 한계로 나누어 분석해 볼 수 있다.

실적 관리 압박과 검증 부재의 '셀프 종결'

경찰 내에서 미해제 실종 건수는 팀과 개인의 업무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일 접수되는 방대한 신고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일부 담당자들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그릇된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상급 기관이나 부서장의 교차 검증 절차가 없는 허술한 시스템이 지적된다.

담당 경찰관이 시스템에 "실종자와 연락이 닿아 해결됐다"고 입력하면 그대로 종결 처리가 가능한 '셀프 종결' 구조여서, 허위로 보고해도 내부 감시망에 걸러지지 않고 방치되었다.

성인 실종을 대하는 법·제도적 사각지대

현행 법상 실종아동법의 적용 대상은 18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치매 환자로 한정되어 있다.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 사라질 경우 법률이 아닌 경찰청 행정규칙(예규)에 따른 '가출인'으로 분류되어 다뤄진다.

성인 실종의 경우 아동 실종과 달리 통신 3사를 통한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보호자 통보 주기도 길어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강제 수색 및 위치추적의 제약이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외 조항("가출인이 거부를 원할 경우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지 않을 수 있다")이, 이번 사건처럼 부실 경찰관이 가족의 추궁을 따돌리고 사건을 무마하는 방패막이로 악용되었다.

무비자 입국과 많은 관광객이 치안 부담으로

제주 지역은 관광객이 많고 중국, 동남아, 러시아 등 176개국 외국인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하여 치안 수요가 유동적이지만, 일선 경찰서 실종수사팀 등 현장 인력은 끊임없이 접수되는 신고를 감당하느라 만성적인 피로와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초동 수색이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가족들이 재차 문의함에도 "연락이 닿았다"는 말에 속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수개월 동안 방치되는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