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내부의 권력을 장악하고 반대파를 쳐내기 위한 정치질이자 숙청 작업을 벌이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군의 실전 전쟁 수행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란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장악력이 커질수록 전력 현대화와 작전 판단에 심각한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펜타곤의 내부 갈등은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의 사임으로 표면화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드리스콜 장관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히며 헤그세스 장관의 잇단 인사 조치가 육군 혁신과 전투준비태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11월 중간선거까지 남어 달라고 만류했음에도 드리스콜 장관은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육군장관은 예산·인사·무기 도입 등 육군 운영을 총괄하는 민간인 책임자이고, 육군참모총장은 병력 훈련과 전투준비태세를 맡는 최고위 군인이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랜드 조지 전 미 육군참모총장을 사실상 경질한 바 있으며, 이번에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까지 사임하면서 이란전쟁 와중에 육군의 조직 운영과 전력 건설을 이끌어갈 양대 수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력 현대화 및 미래전 대비 차질… 드론전 훈련 중단 논란
언론들은 수뇌부의 잇따른 퇴진을 헤그세스 장관의 숙청 작업 결과물로 평가하고 있다.
CNN은 조지 전 총장과 크리스토퍼 도너휴 전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사령관 등 전력 현대화를 주도하던 지휘관들이 밀려나면서 드론전 등 미래전에 대비한 육군 혁신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지 전 총장의 후임인 크리스토퍼 리네브 직무대행은 최근 자체 드론을 제작하고 우크라이나식 전술을 훈련해 온 유럽 주둔 제173공수여단에 드론 특화 임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의회에서는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 민주당의 진 샤힌 상원의원 등 초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결정의 근거와 헤그세스 장관의 관여 여부를 밝히라는 강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 경고 문서의 ‘비밀 내부망 삭제’ 논란
정보 통제 논란은 이란전쟁 장기화에 대한 군 수뇌부의 경고가 외부에 알려진 뒤 폭발했다.
WP는 유럽·태평양·남부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이 ‘국방장관 지시록(SDOB)’을 통해 이란전쟁에 병력과 장비를 계속 투입하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SDOB는 세계 각지에 배치된 미 병력과 장비 현황, 국방장관 지시에 대한 각 군과 사령부의 의견을 담은 기밀문서이자 내부 견제 통로다.
당시 군 수뇌부는 이란전쟁 지원이 길어지면 유럽과 태평양 등 다른 지역의 대응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보도 직후 수십 년치 SDOB가 미군 기밀 내부망에서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작전 보안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으나, WP는 사령부 간 병력·장비 이동과 긴급한 작전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분 감춘 ‘친헤그세스 여론 부대’ 의혹과 공화당 내 장관 교체론
국방부가 일종의 '친헤그세스 여론 부대'를 불투명하게 운용했다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WP에 따르면, 보수 성향 군사 인플루언서 3명은 채용 사실과 구체적인 업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국방부 민간 직원으로 활동했으며, 일부는 육군전쟁대학의 교육과정에 워크 이념이 포함됐는지를 조사하면서도 외부에서는 독립 논객처럼 헤그세스 장관을 옹호했다.
국방부는 최근의 혼란을 "개혁에 따르는 진통"이라며 숀 파넬 대변인을 통해 진화에 나섰으나,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과거 헤그세스 장관의 인준에 찬성했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미군 장병들이 이토록 무능하게 관리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새 국방장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