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캘리포니아주에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유권자 명단을 신속히 확인하라고 요구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캘리포니아 당국은 명단의 정확성과 검증 절차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10월 13일 캘리포니아주 선거 담당자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선거 당국에 서한을 보내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전달했다. 법무부는 이 명단을 48시간 안에 검토하고 시민권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우편투표용지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긴급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단은 비밀번호가 설정된 USB 저장장치에 담겨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셜리 웨버 국무장관은 짧은 기한 안에 명단을 검토하라는 요구가 비현실적이며, 자료가 어떻게 작성됐는지 충분한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정부는 미국 시민권자만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선거관리 책임자 딘 로건도 명단의 정확성과 저장장치의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권 유무는 확인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만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선거 당국은 개인정보와 투표권을 보호하면서도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시민권자의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막는 조치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비시민권자 투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두고는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다. 법무부가 제시한 의심 명단 역시 실제로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는지 개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갈등은 선거 관리 권한을 연방정부와 주정부 가운데 누가 어느 범위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더 큰 논쟁과 맞닿아 있다. 과거에도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유권자 자료를 요구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선거 관리 권한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이전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다퉈 왔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유권자 자격 확인과 선거 보안 문제는 주요 정치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앞으로 법무부가 실제 소송에 나설지, 주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따라 선거 행정과 유권자 권리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