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MIA)에서 착륙하던 대형 화물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벗어나 공항 울타리를 뚫고 도로 위의 차량들을 덮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연방항공청(FAA)과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일요일) 오후 2시쯤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을 출발해 마이애미에 도착한 보잉 767-300(아마존 에어 화물기, 운항사: 21 에어)이 착륙 과정에서 규정된 활주로를 수백 피트 지나쳐 이탈했다.
사고기는 공항 경계 울타리를 그대로 들이받은 뒤 공항 인근 도로로 돌진해 주행 중이던 차량들을 덮쳤고, 거대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사고 당시 화물기는 활주로를 벗어날 때 시속 약 207km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 767-300 같은 대형 상업용 화물기가 마이애미 공항 같은 대형 공항 활주로에 정상적으로 착륙할 때의 접지 속도(Touchdown Speed)는 대략 시속 약 240km ~ 270km(약 130노트 ~ 145노트) 정도다.
하지만 활주로에 착륙한 뒤 속도를 줄여가며 비행기는 멈춰야 한다. 길이 3km가 넘는 대형 활주로의 끝 지점(Runway End)에 도달했을 때, 정상적인 착륙이라면 이미 시속 40~60km 이하로 감속되었거나 완전히 멈춰 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비행기는 활주로를 거의 다 지나쳐 끝까지 내려온 시점(또는 이미 활주로를 벗어나는 순간)에도 여전히 시속 207km라는 엄청난 고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퀴의 브레이크나 역추진 장치(Thrust Reverse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강풍(순풍)의 영향으로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그대로 울타리를 뚫고 돌진했다는 뜻이다.
사망자 전원은 ‘지상 차량 탑승자’
초기 당국은 사상자들의 정확한 탑승 위치를 파악 중이었으나, 이어진 정밀 조사 결과 비극의 실체가 드러났다.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셰리프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5명은 모두 공항 내부 및 인근 도로에서 화물기와 충돌한 차량들에 타고 있던 이들로 확인됐다.
사망자들은 항공기 기내 승무원이 아니라, 항공기 정비 및 청소 인력을 수송하던 셔틀밴(공항 내부 탑승)과 일반 도로를 지나던 SUV 차량의 탑승자들인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화물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및 부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조종사들은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상태이나, 지상 부상자 중 일부는 여전히 위중한 상태(3명 중태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풍과 착륙 속도 연관 관계, 그리고 공항 안전시설 도마 위
사고 발생 직후 마이애미 국제공항은 전면 폐쇄(Ground Stop) 조치가 내려졌으며, 수백 편의 항공편이 결항 또는 지연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핵심 쟁점은 기상 악화 및 맞바람(Tailwind) 의혹과 활주로 비상 감속 시스템 부재 논란이다.
사고 당시 마이애미 공항 주변에는 소나기와 함께 25노트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강한 후방 바람(맞바람이 아닌 순풍 형태의 바람)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려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NTSB 조사단은 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FDR,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를 모두 회수해 분석 중이며, 조종사와 관제사 간의 교신 내용을 토대로 착륙 포기(Go-around)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NTSB 제니퍼 호멘디 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 연방 표준에 따른 활주로 끝단 완충 시스템(EMAS 등 항공기 강제 감속 장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