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나비(Burnaby)의 한 주택가에서 80대 한인 시니어가 청소년들 간의 총격 난동 중 날아든 빗나간 총탄(유탄)에 맞아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캐나다 현지 경찰과 수사 당국이 본격적인 공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호소와 함께 지역 사회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새벽 총격 신고와 엇갈린 초기 대응

캐나다 왕립기마경찰(RCMP)은 지난달(8월) 30일 오전 1시 30분쯤 버나비 18가와 험프리스 애비뉴 교차로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용의 차량과 관련 인물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으며, 초기 수색에서는 사상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자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인 시니어

같은 날 오후 4시쯤, 총격 현장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킹스웨이(Kingsway)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조창용(85) 씨에 대한 안부 확인(Welfare check) 요청이 접수되었다.

경찰이 자택을 강제 개방하고 진입했을 때, 조 씨는 이미 총상으로 숨져 있는 상태였다.

통합살인사건수사팀(IHIT)의 정밀 조사 결과, 조 씨는 이날 새벽 발생한 총격 당시 인근에서 날아온 빗나간 총탄에 맞아 자택 안에서 억울하게 숨진 무고한 희생자로 파악되었다.

경찰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故) 조창용 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는 총격이 발생한 교차로(18가와 험프리스 애비뉴 인근)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청소년들 간의 충돌 과정에서 발사된 총탄들이 정밀한 목표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난사(Firing indiscriminately) 형태였기 때문에, 총구의 방향에 있던 주변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 쪽으로 유탄들이 무더기로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및 캐나다 도심의 일반적인 주거용 아파트나 목조·경량 구조 건물은 유리창이나 외벽이 고속으로 날아오는 총탄을 온전히 방어하지 못한다.

사건 발생 지점이 인근 거리였기 때문에, 발사된 총알이 방음벽이나 창문, 혹은 외벽을 뚫고 실내까지 날아들어 자택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고인을 직격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 청소년들에 자수 호소

수사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이 청소년(Youth)들 사이의 갈등이나 난동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IHIT는 사건 해결을 위해 지난 8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번 총격 사건에 직접 가담했거나 연루된 정황, 혹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일군의 청소년 그룹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부모들을 향해 "늦기 전에 경찰에 자수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아들들, 가슴 아픈 성명 발표

숨진 조창용 씨의 두 아들(저스티스·데이비드 조)은 9일 공동 성명을 통해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유가족들은 “깊은 신앙과 온화한 성품, 한결같은 친절함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어떻게 이토록 무의미하고 충격적인 일로 돌아가실 수 있는지 아직도 믿기 어렵고 마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밝혔다.

주변이 주거 밀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심야 시간에 청소년들이 거리낌 없이 총기를 난사해 무고한 시민이 자택 안에서 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현지 한인 사회와 주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1940년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 이민 정착한 고인은 평생 신앙과 성실함으로 이웃을 섬겨왔으며, 2012년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가족과 경찰은 사건 당시의 목격담이나 인근 블랙박스(Dashcam) 및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보(IHIT 전용 라인)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