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예산만 1조 3천억 달러… 공화당 내부서도 “표 매표 행위이자 인플레이션 유발책”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오는 중간선거 압승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성인 1인당 5천 달러 배당금’ 공약을 두고,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충돌 및 재정 건전성 우려로 번지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BS 뉴스 텍사스와의 인터뷰에서 “5천 달러 지급에 의회 승인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의회도 승인해 주겠지만, 자체적으로도 필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연방 예산을 의회의 동의 없이 어떤 법적 근거와 행정 권한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아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위반 논란을 자초했다.

재정 권한은 의회 귀속... 대통령 독단 현금 살포는 헌법상 권한 위배

미국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대로 연방정부의 예산 편성 및 재정 지출 권한은 오직 의회(Congress)에 귀속되어 있다.

재정 전문가들과 법학자들은 현행법상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전 국민에게 5천 달러씩 현금을 살포할 법적 권한은 전무하며, 실제 집행을 위해서는 의회가 관련 특별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화당 내부서도 반란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토머스 매시 연방하원의원은 “유권자의 표를 5천 달러로 살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모욕적이며, 대규모 현금 살포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의 측근이었던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역시 “공짜 돈을 나눠준다고 강한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결국 납세자의 빚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버니 모레노 연방상원의원 등 친트럼프 진영 의원들은 오는 11월 선거 직후 곧바로 배당금 지급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어 당내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1조 3천억 달러의 재정 폭탄… 국가부채 이자 규모와 맞먹어

미국 성인 시민 전체에게 5천 달러씩 지급하는 데 소요되는 총예산은 약 1조 3천억 달러(약 1,75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올해 한 해 동안 국가부채 이자로만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1조 2,700억 달러와 맞먹는 천문학적 액수다.

현재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1조 8천억 달러에 육박하고 국가부채는 이미 40조 달러의 벽을 넘어섰다.

경제학자들과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정부효율부(DOGE)의 예산 절감이나 관세 수입만으로는 이 거대한 재정을 감당할 수 없으며, 추가 현금 살포가 강행될 경우 재정적자 폭발과 함께 인플레이션 재발 및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현금 지급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주는 ‘보상’이자 투표 독려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과거 첫 임기 당시 공언했던 현금 지급 공약들이 실현되지 못했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선거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