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의 한 교차로에 교통안전 활동가들이 시 당국의 허가 없이 붉은색과 흰색 등의 페인트를 동원해 직접 횡단보도를 그려 넣어 논란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느려터진 행정 절차의 답답함을 참지 못한 시민들이 '게릴라식 교통안전 운동'에 나선 것이다.
헐리웃 교차로에 나타난 '게릴라 횡단보도'
지난 12일(토) 오전, 교통안전 촉구 단체인 '피플스 비전 제로(People’s Vision Zero)' 소속 활동가 조너선 헤일(Jonathan Hale)과 회원들은 할리우드 시카모어 애비뉴(Sycamore Ave.)와 렉싱턴 애비뉴(Lexington Ave.) 교차로에 기습적으로 횡단보도를 그려 넣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조너선 헤일은 LA 시내 교통사고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지만 시 당국의 조치가 더딘 주택가 4방향 정지(All-way stop) 교차로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보행자가 합법적으로 건널 수 있는 구역에 시각적 표시만 안전을 위해 추가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상습적인 게릴라 설치
헤일은 이미 지난해 12월에도 LA 소텔(Sawtelle) 지역의 한 교차로에 무단으로 횡단보도를 그렸다가 기물 파손(Vandalism) 혐의로 체포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헤일은 자신이 UC 버클리 연구원들이 수집한 주 전체 교통사고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LA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에 치여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모든 장소를 파악했고, 주로 주택가의 사거리 교차로나 도로턱이 낮아진 곳을 대상으로 횡단보도만 그릴 뿐 범죄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캐런 배스 LA 시장실 및 교통국(LADOT)은 시민 개인이 임의로 도로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시 측은 교통안전과 보행자 보호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모든 횡단보도 설치와 도색은 연방·주·지방 정부의 엄격한 규정과 공학적 기준을 준수해야 하므로 시가 계속해서 공식 절차에 따라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횡단보도를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 반응 엇갈려
흥미롭게도 헤일이 할리우드 현장에서 백낮에 대놓고 횡단보도를 칠하는 동안, 과거 체포 전력과 달리 이번에는 현장에 경찰(LAPD)이 곧바로 출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져 행정 당국의 대응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청이 수년째 예산 핑계로 미루는 안전시설 설치를 시민들이 대신 해준 영웅적 행동"이라며 환호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안전 기준 검증 없이 개인이 도로를 개조하는 것은 법치 파괴이자 자칫 더 큰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불법 행위"라는 비판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