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규모 단속 이후 한국인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미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첫 대형 법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CNN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노동부, ICE 등 9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행정상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 들어갔다.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필요한 행정 절차다.
사건은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미국 이민당국은 대규모 단속을 실시했고 모두 475명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국적 근로자였다.
미국 당국은 당시 현장에 있던 일부 근로자들이 미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했거나 적절한 체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뒤 취업 활동을 한 사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이번 손해배상 청구에 참여한 한국인 근로자들은 구금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재산을 압수당했으며 일자리를 잃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이 소개한 한 근로자의 청구 내용에는 구금시설에서 약 7일간 지내면서 열악한 환경과 모욕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청구인 측은 이러한 피해에 대해 허위감금과 절차 남용,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300여명의 근로자들이 각각 유사한 내용의 청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적 대응의 최종 목표가 실제 연방법원 소송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행정상 청구 절차가 진행된 이후 연방정부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다음 단계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난해 조지아 단속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와 전문인력 파견 문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이후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 제도와 인력 운용 문제를 논의해왔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과 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에 파견되는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의 비자 문제가 기업의 핵심 경영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의 결과는 향후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한국 기업들이 인력을 파견할 때 어떤 비자와 체류자격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국 정부의 현장 단속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