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이민자들의 제3국 신속 추방 정책에 다시 제동을 걸었다. 이민 당국이 추방 대상자를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기 전에 해당 국가에서 박해나 고문 등의 위험이 있는지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보스턴에 위치한 제1연방항소법원은 18일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도입한 제3국 추방 정책과 관련해 하급심의 핵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추방 명령을 받은 이민자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비롯됐다. 이민자 측은 미국 정부가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자신들을 보내면서 해당 국가에서 겪을 수 있는 박해나 고문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에서 추방되는 사람이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별도의 협정을 맺은 제3국으로 보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최소 29개 제3국과 관련한 협정을 통해 2만5천명 이상의 이민자를 제3국으로 보낸 것으로 이민 관련 감시 프로젝트가 집계했다. 많은 경우 멕시코가 제3국으로 활용됐다.

문제가 된 정책에서는 일정한 외교적 보장이 있는 경우 이민자를 제3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했으며, 일부 상황에서는 추방 대상자에게 주어지는 사전 통보 시간이 매우 짧았다. 항소법원 사건에서는 제3국에 대한 사전 통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 됐다.

하급심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머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앞서 이 정책이 이민자에게 충분한 적법절차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 역시 이민자들이 추방 전에 자신의 안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제3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목적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신속하게 추방할 경우 법이 보장하는 보호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항소법원은 하급심 판결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이민자를 제3국으로 보내기 전에 반드시 해당 이민자가 연고가 있는 국가로 먼저 보내려고 시도해야 하는지를 판단한 부분은 절차상의 이유로 뒤집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정책과 연방법원의 적법절차 판단이 충돌한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제3국 추방이 확대될 경우 미국에서 추방 절차를 밟는 이민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판단이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이번 항소법원 판단에 다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건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정책의 최종 적용 범위는 향후 상급심 판단과 행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