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관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로이터는 9월 15일 CNN 보도를 인용해 지난해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행정청구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행정청구를 먼저 제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청구는 이러한 절차의 하나로, 향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전 단계에 해당한다.

청구 대상에는 국토안보부(DHS),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와 노동부 등 모두 9개 연방기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진행된 대규모 이민단속이었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추진하던 43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연방기관들이 대규모 단속을 벌였다.

당시 모두 475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였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당시 단속이 불법 고용 관행과 기타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한 수색영장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단속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손목과 허리, 발목 등에 수갑을 찬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에서도 큰 논란이 일었다. 일부 노동자들은 휴대전화까지 압수돼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도 당시 사건 이후 미국 측과 노동자들의 조기 석방과 귀국 문제 등을 협의했다. 사건은 단순한 이민단속을 넘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의 현지 인력 운용 문제와도 연결됐다.

미 국토안보부는 로이터에 보낸 입장에서 당시 단속이 법원이 발부한 수색영장에 따른 것이었으며, 불법 고용 관행과 기타 중대한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인 노동자 측은 단속과 구금 과정에서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행정청구가 실제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단속 과정에서의 구금 방식과 연방기관의 행위가 법적으로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한미 양국이 대규모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민법 집행과 한국 기업의 현지 인력 활용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과 배터리·자동차·반도체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한국인 기술인력과 전문인력의 비자 및 체류 자격 문제가 기업의 투자 일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절차가 주목된다.

현재 행정청구가 어떤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지와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