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5일 새 회기를 시작하면서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석유·가스 기업의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중요한 사건을 심리한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수십 건의 기후변화 관련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 산업계와 환경단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새 회기 첫날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가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캐나다 기업 선코어 에너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법적 쟁점을 심리한다.
볼더 측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화석연료 판매로 발생한 기후변화 피해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엑손모빌과 선코어 측은 이런 소송이 연방법 체계와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는 연방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인데 지방정부가 주법을 근거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볼더 카운티 한 곳의 소송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 주정부와 지방정부들이 대형 석유·가스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한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약 60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석유기업 측 손을 들어준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소송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지방정부가 소송을 계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변화 손해배상 소송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기후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연방 차원의 환경규제를 어떻게 운영할지와 별개로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법적으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환경소송의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도 대형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의 판단은 다른 주와 지방정부에도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변화 위험을 오랫동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과 환경 피해에 대한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업계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개별 기업에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각 주정부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미국 전체의 에너지 정책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올해 새 회기에서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민정책과 총기 규제 등 미국 사회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사건들을 잇따라 심리할 예정이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대법원이 환경 규제와 기업 책임 문제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사건의 최종 판결은 내년 6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내 기후변화 관련 소송의 향방뿐 아니라 대형 에너지기업들의 법적·재정적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과 CBS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5일 새 회기를 시작하면서 볼더 카운티와 엑손모빌·선코어 간 기후변화 소송을 심리한다.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