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면서 이민과 총기, 기후변화, 종교의 자유 등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둘러싼 굵직한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심리에 들어간다.

이번 회기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분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다. 대법원은 미국에서 장기간 거주해 온 이민자에 대한 강제구금 문제와 제3국 추방 정책 등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정책이 헌법과 기존 법률에 부합하는지를 따질 예정이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이민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어 한인 이민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미국에서 생활해 온 이민자들이 추방 절차에 들어갔을 때 보석 심사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실제 이민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대법원이 정부 측에 폭넓은 권한을 인정할 경우 이민당국의 구금과 추방 절차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민자 측 손을 들어줄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이민정책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총기 문제도 이번 회기의 핵심 쟁점이다. 대법원은 코네티컷과 일리노이주의 반자동 소총, 이른바 AR-15 계열 총기 규제와 관련된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권을 개인의 헌법상 권리로 보는 입장과 대규모 총격 사건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각 주가 총기 판매와 소유를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석유회사 엑손모빌과 캐나다의 선코어는 콜로라도주 볼더시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해 석유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소송을 막아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도시와 몇 개 기업 사이의 소송을 넘어 미국 지방정부가 기후변화 피해에 대해 대형 석유기업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이 밖에도 투표권과 종교의 자유, 공공교육 문제 등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차례로 다룬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투표권 관련 사건까지 심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법원의 판단이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법원은 보통 한 번 내려진 판결이 수십 년 동안 사회와 법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회기의 판결 하나하나가 미국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이민정책과 총기 규제, 투표권 문제는 직접적인 생활과 연결돼 있는 만큼 향후 대법원 심리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