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이 추방명령을 받고도 출국하지 않은 이민자들에게 하루 최대 998달러의 벌금을 부과해 온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의 조지 오툴 판사는 행정부가 추방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민자들에게 거액의 민사상 벌금을 부과한 정책을 중단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실제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이민자들과 이민자 법률지원단체가 제기했다. 원고 측은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지우면서도 충분한 이의제기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벌금은 추방명령 이후 미국을 떠나지 않은 이민자에게 하루 최대 998달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장기간의 미납 기간을 소급해 계산할 경우 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금액이 수십만 달러를 넘어 최대 약 18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벌금 통지가 10만 건 이상 발부됐으며, 전체 금액은 약 8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은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벌금 부과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절차가 제한됐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이번 판결은 추방명령을 받은 이민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방 절차가 끝났지만 여러 사정으로 미국에 남아 있는 이민자들은 벌금 문제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추방명령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 추방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출국 의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정부의 다른 이민법 집행 권한까지 제한하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이민자들은 이번 판결을 근거로 추방명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체류 신분과 추방명령 상태에 따라 적용되는 법적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이민 변호사나 공인 법률지원기관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행정부가 이민자들의 자진 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법원은 행정부가 법률이 정한 절차와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이번 판결에 항소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상급심에서 정책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에 체류하는 한인 이민자 가운데 추방명령이나 이민법 관련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의 후속 절차와 적용 범위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