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사 ABC와 모회사 디즈니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방송사 면허 갱신 절차를 앞당긴 FCC의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절차인지, 아니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ABC와 디즈니 측 변호인은 7일 연방법원 심리에서 FCC의 조기 면허 심사가 사실상 방송사의 편집권과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방송사가 정치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과정에서 정부의 반응을 의식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ABC 사이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ABC의 일부 프로그램과 보도 내용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FCC 역시 ABC 방송 면허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디즈니 측은 FCC가 ABC가 보유한 8개 지역 방송국의 면허 갱신 절차를 예정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도록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면허가 방송 사업의 핵심 기반인 만큼 정부가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심각한 경영·편집상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BC 측은 이미 편집 결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출연이나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FCC와 행정부의 반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 측은 FCC의 조치가 언론 보복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디즈니의 고용 관행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규제 검토가 필요했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다.

법원 역시 FCC 측 주장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왜 기존 조사 과정에서 상당 기간이 지난 뒤 갑자기 방송면허 갱신을 앞당기는 조치까지 필요했는지, 다른 행정적 수단을 두고 왜 면허 절차를 활용했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소송은 미국에서 정부와 방송사의 관계를 둘러싼 중요한 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방송 면허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방송사의 편집 방향이나 정치적 표현과 연결될 수 있는 방식으로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법원의 판단은 ABC뿐 아니라 미국 주요 방송사와 정부기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보도가 더욱 민감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언론사의 자기검열과 정부 규제 권한에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7일 심리를 마쳤지만 즉각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향후 추가 서면 심리를 거쳐 판단을 내릴 예정이어서 미국 언론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