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에서 47년 동안 한인들의 생활과 함께해 온 김스전기의 창업자 김대순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넘어 고국의 물건과 문화를 그리워하던 이민자들에게 친숙한 공간이었던 김스전기는 한인사회가 성장해 온 시간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미주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35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1954년 중앙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미국으로 이민한 뒤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1979년 LA한인타운 VIP플라자에 김스전기의 첫 매장을 열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스전기는 1989년 올림픽 불러바드와 베렌도 애비뉴 인근의 현재 매장으로 이전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한국식 주방용품과 이불, 김치통, 슬리퍼 등 이민자들이 고국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한인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가져오거나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을 찾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 고객과 가게가 함께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품을 찾기 위해 중국과 독일,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했다. 해외 출장으로 이동한 거리가 약 200만 마일에 달할 정도로 상품 선정과 품질 관리에 공을 들였다.
김스전기를 상징하는 광고 문구인 ‘안 깎아도 제일 싸다는 집’도 김 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광고 음악의 가사를 직접 쓰고 작곡가 방용석씨가 곡을 붙이도록 했다. 오랜 기간 한인 라디오와 지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온 이 광고는 매장을 넘어 한인타운의 추억을 대표하는 문구가 됐다.
김 회장은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경영으로도 알려졌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조직문화를 만들었으며, 중앙대학교 동문회장을 맡아 동문사회 화합에도 힘을 보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스전기는 현재 장남 다니 김 사장과 손자 스캇 김 부사장 등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의 별세는 한인 이민사에서 1세대 기업인들이 일군 생활 기반과 공동체의 기억을 돌아보게 한다. 그의 유산은 사업의 규모뿐 아니라 고객과 쌓은 신뢰,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한인타운의 일상 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