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유권자가 투표할 때 정부 발급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주민발의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발의안 지지 진영에 거액의 정치자금이 유입되면서, 투표 신원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저소득층 등 일부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미주중앙일보의 영문판인 더 코리아 데일리는 10월 11일 보도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39호(Proposition 39)가 억만장자와 거액 기부자들의 지원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는 발의안 지지 캠페인에 8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포장재 업체 유라인의 창업자 리처드 울라인도 지지 캠페인에 1,700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주민발의안 39호는 투표소에서 운전면허증과 같은 정부 발급 사진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편투표의 경우에도 사회보장번호 마지막 네 자리나 정부 발급 신분증 번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행 캘리포니아 제도에서는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만, 투표소에서 모든 유권자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지지자들은 신분증 확인을 강화하면 선거의 신뢰도를 높이고 부정 투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내 여러 주가 이미 투표 과정에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근거로 제시한다. 이들은 유권자 신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 진영은 신분증을 준비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장애인 등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권 단체들은 복잡한 확인 절차나 서류 요건이 일부 유권자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선거 보안 강화가 실제 투표권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캘리포니아는 우편투표 이용 비중이 높은 주라는 점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편투표에 추가적인 신원 확인 절차가 도입될 경우 유권자가 제출해야 하는 정보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는 절차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투표가 무효 처리되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발의안의 구체적인 시행 방식과 후속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거액의 후원금이 투입되면서 이번 주민발의안은 캘리포니아 내부의 정책 논쟁을 넘어 전국적인 정치적 쟁점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선거 광고와 유권자 설득 활동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발의안의 실제 문구와 비용, 투표 절차에 미칠 영향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11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발의안의 통과 여부뿐 아니라 실제 시행 과정에서 신원 확인과 투표 접근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향후 논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