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한국 정부의 미등록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에 대한 형사 절차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테리는 2024년 한국 국가정보원 관계자들과의 접촉 및 정보 제공 등을 둘러싸고 기소됐으며, 이번 합의에 따라 일정한 조건을 1년간 지키면 검찰이 기소를 철회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미국 언론과 법원 문서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10월 13일 테리 사건의 기소를 유예하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테리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법을 위반하지 않는 등 합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검찰은 혐의를 철회할 수 있지만, 합의에 따른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절차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테리는 한국과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다뤄 온 한반도 전문가로, 과거 CIA에서 근무한 뒤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분석가로 활동했다. 검찰은 테리가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와 관계자 회동 관련 자료를 전달했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면서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 문서에는 테리가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로부터 명품 가방과 의류 등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미국 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과 관련된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사건의 핵심은 선물 수수 여부만이 아니라, 테리의 활동이 법률상 등록 의무가 있는 외국 정부 대리 활동에 해당하는지에 있다.
테리 측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왔다. 변호인은 테리가 북한과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전문가로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 인사들과 교류했으며, 해당 활동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며, 기소 유예와 혐의 철회는 합의 조건에 따라 진행되는 별도의 법적 절차다.
검찰은 기소를 유예하기로 한 구체적인 이유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은 당초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합의로 본격적인 재판 대신 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방향이 바뀌었다. 미국 당국이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합의 조건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외국 정부의 영향력 행사와 정보 활동을 둘러싼 법적 기준을 다시 부각시켰다. 한미 간 정보·외교 협력 자체와 개별 인물의 법률 위반 여부는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향후 테리가 합의 조건을 이행하는지, 미국 당국이 관련 사건에서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