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면서, 미국으로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시름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치솟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유학 자체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유학 다이어트'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환율 급등은 2025년 하반기의 상승세를 이어받아, 유학생 가구의 체감 부담을 과거 외환위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의 1,500원대 환율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지난 1~2년간 차곡차곡 쌓여온 '구조적 고환율'의 결과물로, 전문가들은 "환율의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산기 두드릴수록 한숨만"

현지 유학생들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한 유학생 학부모는 "작년까지만 해도 월 500만 원이면 충분했던 생활비가 이제는 환율 상승으로 600~700만 원을 훌쩍 넘긴다"며, "아이에게 돈을 아껴 쓰라는 말조차 미안해서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고환율이 덮친 유학생 가구의 현실

유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은 정해진 달러 액수가 있어,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환산 비용이 수천만 원씩 불어난다.

현지에서 현지 물가와 높은 환율을 감당하지 못한 유학생들은 학업 대신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거나, 상대적으로 환율 부담이 적은 국가로 편입을 고려하는 학생들도 속출하고 있다.

"공포보다 점검이 먼저"… 전문가 제언

이민 및 유학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 대응보다는 철저한 자금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목돈을 한꺼번에 송금하기보다, 달러화 정기예금 등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분산시키는 확율 리스크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교내 근로장학금, 외부 장학금 등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보조 프로그램을 최우선으로 찾아봐야 한다.

고환율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업 기간 전체의 예산을 보수적으로 재산출해야 한다. 장기 플랜을 처음부터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고환율

환율 급등으로 인해 유학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학생이 늘면서 미국 내 한인 유학생 수는 최근 2~3년 사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고환율이 대한민국의 인적 자본 축적 경로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환율 시대

1.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수출 기업이 달러를 벌어오면 그게 국내 시장에 풀리면서 환율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해외 투자가 급증하며 국민연금 같은 거대 기관 투자자부터 개인 투자자(서학개미)까지, 막대한 자금이 해외 주식·채권으로 빠져나간다. 구조적 수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달러 수요도 고착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해외로 보내는 '상시적인 달러 수요'가 너무 커졌다. 수출을 많이 해도 달러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니 환율이 높게 유지되는 것이다.

2. "미국 달러의 독주 체제"

미 경제가 나홀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금리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자금이 달러로 쏠리고 있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한 신흥국 자산보다 가장 안전한 안전 자산인 '달러'만 찾고 있다.

한미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달러 자산이 원화 자산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고 있다.

3. "대한민국 경제 체력에 대한 우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하며, 원화 가치를 낮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특수성과 동북아의 긴장 상태가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주어 원화 매도를 부추긴다.

4. 왜 1,500원을 '뚫었나'?

결국 지난 2년간 누적된 ①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 ② 강달러 기조, ③ 지정학적 불안(중동 전쟁 등)이 맞물리다가, 올해 3월 이후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1,5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뚫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1,500원 환율은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다. "한국에서 번 돈이 다 해외로 나가고, 달러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낳은 구조적인 결과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 가계 모두 '환율이 다시 예전처럼 1,100~1,200원으로 내려오겠지'라는 기대보다는, 높은 환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상황을 전제로 경제 활동을 재편해야 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