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검찰과 보건 당국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 의료 사기 단속을 단행한 가운데,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거액의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호스피스 업체 운영진과 한인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미국 사회와, 한인 커뮤니티, 메디컬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2026 전국 의료사기 특별단속’
미 연방 법무부(DOJ)는 지난 23일 ‘2026 전국 의료사기 특별단속(2026 National Health Care Fraud Takedown)’의 일환으로 전국 45개 주에서 의사 90명을 포함한 피의자 455명을 기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단속을 통해 드러난 허위 청구액 규모만 무려 65억 달러(한화 약 9조 원)를 넘어선다.
수사 당국은 범죄 수익금으로 구입한 페라리 스포츠카, 불가리 보석, 명품 시계 및 필리핀 현지 부동산을 포함해 총 1억 8,200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초호화 사치 품목을 즉각 압수했다.
특히 메디케어 결제 대금이 즉각 정지된 전국 1,000여 명의 개인 및 의료기관 중 무려 80%에 달하는 800여 명이 캘리포니아주(CA) 소속인 것으로 밝혀져, 가주가 의료 사기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에 또 하나의 오명이 된 것이다.
‘사망자 명의’ 도용한 한인 연루 엽기적 호스피스 사기 행각
이번 대규모 단속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건 중 하나는 LA 카운티 밴나이스(Van Nuys)에 거주하는 오렌 데이비드 샤카르(Oren David Shachar, 59)가 주도하고 한인 마케터 및 브로커들이 가담한 2,700만 달러(약 375억 원) 규모의 메디케어 사기 사건이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샤카르가 소유하고 한인 지니 최(Jeannie Choi, 57, 토런스 거주)와 에이브러햄 신(Abraham Shin, 66, 코로나 거주) 등이 마케터로 참여한 이 조직은 치밀하고도 엽기적인 방식으로 정부 기금을 가로챘다.
이들은 정부와 사법 당국이 호스피스 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살아서 퇴원하는 환자 비율(Live Discharge Rate)' 데이터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살아서 나가는 환자가 많으면 가짜 환자를 등록해 보조금을 타낸 정황(사기 신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샤카르 일당은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인당 $1,000에서 $3,000에 달하는 불법 뒷돈(Kickbacks)을 건네고, 최근 사망한 메디케어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를 매수했다.
이들은 이미 사망한 사람들을 마치 사망 직전 수일 동안 자신들의 호스피스 시설에서 극진한 간호를 받았던 것처럼 허위 등록하고 진료 기록을 소급 작성(Backdating)하여 메디케어 대금을 청구했다. 죽은 사람은 실제로 '사망 퇴원' 처리가 되기 때문에 보건 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쉽게 말해, 사망자 정보를 매수해 사후에 호스피스 등록을 하는 수법으로 사망 수치를 조작한 것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우리 시설에서 치료받다 숨진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서, 가짜 환자 단속망(살아서 퇴원하는 비율)을 피하고 보조금을 가로챘다.
■ 사기 자금이 흘러 들어간 샤카르 소유 호스피스 업체 목록
젠틀터치 호스피스 케어 (Gentle Touch Hospice Care) - 밸리글렌(Valley Glen)
옥스퍼드 호스피스 케어 (Oxford Hospice Care) - 몬클레어(Montclair)
아트 오브 호스피스 (Art of The Hospice) - 엔시노(Encino)
홀리 트리니티 호스피스 (Holy Trinity Hospice) - 글렌데일(Glendale)
"지불 후 추적하는 시대는 끝났다"… AI 분석 도입한 보건 당국의 패러다임 전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연방수사국(FBI)은 수사 기법을 완전히 현대화했음을 선언했다.
HHS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LA는 전국 호스피스 사기의 진앙지"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단속을 통해 LA에서만 800개가 넘는 사기 의심 호스피스 시설을 강제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일단 청구 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후에 추적해 환수하는 'Pay-and-Chase(지불 후 추적)' 방식을 취해왔으나, 이제는 AI 알고리즘과 고급 데이터 수사 기법을 도입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즉시 자금을 사전에 동결하고 추적하는 'Detect-and-Prevent(감지 및 예방)' 시스템을 전면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방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의 메흐메트 오즈(Dr. Mehmet Oz) 행정관 역시 "정부는 이제 사기꾼들을 쫓아다니는 추격 놀이를 끝냈다"라며,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악성 의료 체인을 선제적으로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한인 또 다시 의료 사기 대거 연루
메디컬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이 향후 합법적인 호스피스 산업 전반의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의료 기록의 투명성 요건이 더욱 엄격해지고 현장 실사 및 마이크로칩/GPS 인증 기반의 모니터링이 검토되는 등, 간호사와 행정 인력들이 작성하는 임상 문서 작성 절차에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4월에도 가짜 환자를 동원해 연방 정부 예산을 편취한 혐의로 한인들을 포함한 15명이 기소된 데 이어, 이번 대규모 단속에서도 또다시 한인 운영자 및 마케터들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한인 의료계 및 커뮤니티 전반의 내부 자정과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준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소된 이들의 재판은 오는 8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