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링(The Ring)’의 공포스러운 캐릭터 ‘사마라 모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데이비 체이스(Daveigh Chase, 35)가 노숙 생활 중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녀는 생전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았으나, 사후 약 40만 달러(약 5억 4천만 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마라의 비극적 마지막 순간
LA카운티 고등법원에 제출된 유언검인 서류와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체이스는 지난 6월 17일 LA 스키드로(Skid Row) 인근에 주차된 RV(레저용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검시 보고서는 그녀의 직접적인 사인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지목했으며, 만성적인 다중 약물 남용이 건강을 급격히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기록했다.
한때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아역 스타였던 그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거리에서 노숙하며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오토바이 사고 진통제 투약 후 약물 중독 굴레에 빠져
그녀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딸의 비극이 2016년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처방받은 진통제에 의존하게 된 것이 약물 중독의 시발점이었다.
어머니는 딸을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재활 치료를 권유했지만, 성인인 그녀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치료받을 수 없는 법적·현실적 한계 때문에 끝내 중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언장 없이 사망
체이스는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약 40만 달러 규모의 개인 재산에 대해, 생존 가족인 어머니가 법원에 유산 관리인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오는 8월 12일 LA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유산 관리인 지정을 위한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할리우드 동료들과 팬들 애도
'더 링'의 사마라 모건,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의 릴로 역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의 죽음에 할리우드 동료들과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더 링’에서 주인공 레이첼 켈러 역을 맡아 데이비 체이스와 긴장감 넘치는 연기 호흡을 맞췄던 나오미 왓츠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통함을 전했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만났던 어린 데이비의 재능과 밝은 에너지를 기억한다"며, 그 재능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영화 ‘더 링’의 감독이었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데이비는 사마라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놀라운 배우였다"며,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릴로 & 스티치’의 공동 감독인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데이비는 릴로라는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은 대체 불가능한 배우였다"며 추모했다.
과거 함께 촬영장에서 마주쳤던 배우 토라 버치는 "그녀는 무척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였다"며, 중독의 덫에 빠지기 전 그녀가 가졌던 인간적인 매력을 회상했다.
아역스타 안전망 논란
아역 스타들이 성인이 된 후 겪는 심리적·경제적 고립과 약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부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나 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은 90년대 전 세계적인 아역 스타였으나, 부모의 재산 다툼과 학대, 그로 인한 심리적 피폐함을 겪었다.
10대 후반부터 약물 중독과 방황으로 대중의 충격을 샀으나, 다행히 현재는 과거의 고통을 극복하고 성인 연기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되찾은 '회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8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코리 하임은 어린 시절부터 업계 내 만연한 약물 오남용에 노출되었다.
오랜 기간 약물 중독과 싸우다 2010년 38세의 나이로 폐렴과 약물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아역 배우들이 성인이 된 후 겪는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의 브래드 렌프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던 천재 아역이었으나, 어린 나이에 알코올과 마약 문제에 깊이 빠졌다.
2008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데이비 체이스처럼 촉망받던 아역이 어떻게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린제이 로한은 디즈니의 얼굴이었으나, 성인이 된 후 파티 문화와 약물, 잦은 법적 문제로 할리우드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고 다시 연기자로 복귀했지만, 20대 내내 겪었던 방황은 아역 출신들이 겪는 '성장통'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동시대 할리우드에서 아역으로 성장하며 업계의 압박을 공유했던 배우 다코타 패닝은 "우리가 겪어야 했던 그 시절의 무게를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업계의 아역 보호 시스템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했다.
많은 캐스팅 디렉터와 연예계 종사자들은 그녀의 부고를 접한 뒤 "할리우드 시스템이 어린 재능을 어떻게 쓰고 방치하는지에 대한 뼈아픈 예시"라며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본인의 의사가 최우선인 현행 치료 제도와 관련하여, 중독에 빠진 성인 가족을 강제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