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수년간 유지해온 '가향 전자담배 금지'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과일향 제품 판매를 승인하면서, 미국 보건학계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규제 완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로켓 승인" 뒤에 숨겨진 백악관의 그림자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전자담배 업체 '글라스(Glas Inc)'의 가향 제품 판매를 전격 승인했다.
이는 담배향(Tobacco flavor) 이외의 가향 제품을 철저히 금지해왔던 FDA의 기존 방침을 뒤집는 역사적인 결정이다.
이번 승인은 시점상 매우 민감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FDA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국장에게 "전자담배 승인 처리가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발언 직후 FDA가 수년간 거부해온 과일향 제품을 승인한 것에 대해 "과학적 판단보다 정치적 로비가 우선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청소년 흡연 '게이트웨이' 열리나… 보건계 반발
그동안 FDA가 과일향과 캔디향을 금지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이러한 향들이 청소년들을 니코틴 중독으로 이끄는 '관문(Gateway)'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폐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를 비롯한 반흡연 단체들은 "과일향 승인은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려는 지난 10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FDA의 해명: "기술로 접근을 막겠다"
논란이 커지자 FDA는 이번 승인이 철저한 검증을 거친 결과라고 해명했다.
FDA는 글라스(Glas)사가 도입한 최첨단 연령 확인 기술과 마케팅 제한 조치가 청소년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반 담배를 끊으려는 성인 흡연자들에게는 가향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중 보건상의 이익으로 고려되었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판도 변화: 판매 허가 제품 45종으로 확대
이번 승인으로 미국 내 공식 판매가 허가된 전자담배 제품은 총 45종으로 늘어났다.
글라스(Glas)사의 승인은 다른 가향 전자담배 업체들에게도 '청신호'로 읽히고 있다. 향후 멘톨(Menthol)을 포함한 더 다양한 향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 가도의 변수 될까?
CNN은 이번 조치가 젊은 층 표심과 보수적 규제 완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행정부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가향 전자담배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이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정부의 보건 정책 실패로 공격받을 수 있는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2026 KOREA PORTAL.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