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양을 꿈꾸며 카리브해로 떠난 대형 크루즈선이 거대한 '바이러스 배양 접시'로 변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프린세스 크루즈 산하 '카리브해 프린세스(Caribbean Princess)' 호에서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집단 감염이 발생해 당국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즐거웠던 항해가 '구토와 설사'로
지난 4월 28일 출항해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플라타를 거쳐 플로리다로 돌아오던 중, 선내에서 급성 위장염 증상을 보이는 승객들이 속출했다.
8일 CDC에 보고된 공식 수치에 따르면, 승객 102명과 승무원 13명이 심한 설사와 구토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탑승객 4,247명(승객 3,116명, 승무원 1,131명) 중 상당수가 감염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격리와 소독의 사투
프린세스 크루즈 측은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증상을 보이는 모든 인원은 본인의 객실에 강제 격리 조치되었다.
뷔페 식당의 셀프 서비스 운영이 중단되었으며, 선내 전 구역에 대한 고강도 화학 소독이 실시되었다.
CDC 관계자들은 감염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선내에서 검체를 수집해 분석 중이다.
해당 선박은 5월 11일 플로리다 포트커내버럴 귀항 직후 전면 방역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왜 크루즈선에 감염병이 반복되는가?
전문가들은 크루즈선의 구조적 특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천 명이 식당, 수영장, 공연장 등 한정된 공간을 공유하는 밀폐된 생태계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육지보다 수십 배 빠르다.
특히 이번에 감염된 노로바이러스는 단 10~100개의 입자만으로도 감염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며, 알코올 소독제에도 잘 죽지 않는다. 전염성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잇따른 감염병 공포 "하지만 한타바이러스와는 무관"
최근 다른 크루즈선인 'MV 혼디우스(MV Hondius)'에서 3명의 사망자를 낸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된 직후라 승객들의 불안은 더욱 컸다.
CDC는 "이번 카리브해 프린세스 호의 사례는 전형적인 위장관 질환(GI)으로, 치사율이 높은 한타바이러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휴가 시즌을 앞두고,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던 이들에게는 주의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루즈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고질적인 '위생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다.
특히 이번 사례는 올해 들어 발생한 4번째 대규모 감염이라는 점에서 선사들의 방역 매뉴얼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승선 중인 승객들은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가공되지 않은 신선 식품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선내 의료진에 보고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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