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소셜미디어를 점령한 키워드는 '다이어트'나 '비건'이 아닌 '성경적 식단(Biblical Eating)'이다.
MAHA 운동과 결합하며 정치적·사회적 현상으로 진화
2,000년 전 식습관으로 돌아가자는 이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슬로건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고 있다.
단순히 "성경대로 먹자"는 종교적인 움직임을 넘어, 현재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정치(MAHA) +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 가공식품 혐오가 결합된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다.
틱톡을 점령한 '성경 인플루언서'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라이프스타일 매체들에 따르면, 틱톡 팔로워 50만 명을 보유한 케일라 번디(Kayla Bundy)는 "음식은 죄가 세상에 들어온 통로"라고 주장하며 정어리, 생유(Raw Milk), 사워도우 빵 등 성경에 근거한 식단을 전파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평범한 주부였던 아날리스 자비에(Annaliese Xavier)는 성경 식단 팁을 공유한 지 단 몇 주 만에 페이스북 팔로워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식품 첨가물과 인공 색소를 '악(Evil)'으로 규정하며 집밥과 자연식을 강조한다.
MAHA 운동과의 기묘한 동행
이번 유행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정치적 배경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가 주도하는 MAHA 운동은 미국의 초가공식품 시스템을 공격하는데, '바이블 다이어트' 지지자들은 이를 "하나님이 설계하신 몸(Temple of Holy Spirit)을 지키는 영적 전쟁"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2026년 1월, 미 보건복지부(HHS)는 MAHA 정신을 반영해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천연 단백질과 지방을 강조하는 새로운 식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이 트렌드에 힘을 실어주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다니엘 패스트(금식)' 열풍
할리우드 스타인 크리스 프랫(Chris Pratt)과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는 구약성경 다니엘서에서 유래한 '21일간의 채식과 물' 식단인 다니엘 패스트(Daniel Fast)를 공개적으로 실천하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기도와 금식을 결합한 이 방식은 'Hallow' 같은 기독교 명상 앱을 통해 대중화되고 있다.
이 현상을 단순히 "건강해지니 좋은 거 아니냐"고만 보기엔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성경 이용한 신앙 마케팅?
인플루언서 케일라 번디는 영양학 자격증이 없지만, 수백 달러짜리 코칭 세션을 판매한다. 코칭에 전문성이 없다, 성경을 이용한 '신앙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연주의 비건과 생유 논란
바이블 다이어트에서 강조하는 '가공되지 않은 우유', 생유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박테리아 감염 위험도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런 생유 섭취에 대해 꾸준히 경고하고 있지만, '자연주의' 신념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생유 열풍은 바이블 다이어터들만이 아니라 비건, 실리콘밸리와 힙스터(주류를 거부하고, 아날로그와 빈티지 등 과거를 힙하게 보는 이들)의 선택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업계 종사자들이나 건강에 집착하는 '바이오해커'들은 "인간은 수만 년 동안 생유를 마셔왔다"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살균 과정이 우유 속 유익한 효소와 비타민을 파괴한다고 믿고 있다.
성경에는 "우유를 생유로 먹어라"라고 직접적으로 명령하는 구절이 없지만, '바이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성경 속의 '문맥'을 가지고 "생유가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블 다이어트 지지자들은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 파스퇴르 살균법(19세기 발명)이 있었겠느냐"고 묻는다. 성경에서 말하는 우유는 당연히 갓 짠 '생유'였을 것이고, 하나님이 주신 그대로의 상태가 가장 완벽하다는 논리다.
이들은 인간이 열을 가하거나 가공(살균, 균질화)하는 과정을 "하나님이 설계하신 영양소를 파괴하는 행위"로 본다.
성경 속에 "음식은 깨끗해야 한다"는 정결 규례가 있는데, 현대의 공장식 생산과 가공 공정이 오히려 음식을 '부정하게(불건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실제 성경 시대에는 우유를 그냥 마시기도 했지만, 보관을 위해 버터, 치즈, 요구르트(커드) 형태(창세기 18:8 등)로 많이 먹었다.
발효 과정은 자연스럽게 유해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현대의 생유 지지자들은 발효되지 않은 '그냥 생유'를 마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성경 시대의 가축은 방목되었고 오염원이 적었지만, 현대의 생유는 유통 과정에서 살모넬라, 대장균(E.coli) 등 치명적인 박테리아에 오염될 확률이 높다는 차이도 있다. 최근 미국 낙농가 소들에게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견되고 있는데,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될 위험이 매우 크다.
물론 성경에 '생유'라는 단어는 없지만, 시대상 당연히 그들이 마신 것은 생유였을 것이다. 다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신앙' 때문이 아니라 '그것밖에 없어서' 먹었을 확률이 100%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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