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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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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학생 5명 중 4명, 일자리 못 구해 '한국행'

'90일 룰'에 쫓기는 졸업생들… H-1B 비자도 로또 당첨률 15%로 급락

김도현 기자
[기획] 유학생 5명 중 4명, 일자리 못 구해 '한국행'

비자 심사 강화에 취업 문턱까지… "학위 따도 정착은 하늘의 별 따기"

미국 대학 학위만 따면 현지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차라리 한국행이 더 나은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미주중앙일보는 28일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5명 중 4명이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졸업장 따자마자 시작되는 시한폭탄"… 90일의 압박

미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OPT(졸업 후 현지 실습) 신분 유지입니다.

90일 룰. OPT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전공 관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학생 비자(F-1)가 즉시 종료되어 미국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구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은커녕 인턴십조차 구하기 힘든 유학생들이 이 90일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싸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미국의 취업 시장은 한국 유학생들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5년 4분기에 22~27세 청년 실업률은 5.7%에 달합니다.

보통 대학 강의실 한 분반이 40명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2~3명은 졸업 후 1년이 지나도록 아예 수입이 없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전체 미국 실업률이 보통 3~4%대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5.7%는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단순한 '숫자'보다 무서운 건 속도입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이 수치가 훨씬 낮았는데, 5.7%까지 치솟았다는 것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 채용의 문을 "쾅" 닫아걸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대졸자의 불완전 고용률(Underemployment)도 42.5%나 됐습니다. 불완전 고용률이란, 학위는 박사급인데 하는 일은 단순 알바인 겁니다. 대학 4년 동안 수억 원의 등록금을 내고 전문 지식을 쌓았는데, 정작 취업한 곳은 '대학 학위가 전혀 필요 없는 곳'인 겁니다.

경영학 전공자가 마케팅팀이 아닌 카페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엔지니어링 전공자가 설계팀이 아닌 물류 창고 단순 노무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적 자원의 낭비'이며, 이들은 전공 경력을 쌓지 못해 나중에 경력직으로 점프하기도 어려워지는 '커리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사실 실업률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무서운 숫자가 바로 이 '불완전 고용률'입니다. 42.5%라는 건 대졸자 5명 중 2명 이상이 겪고 있다는 뜻이죠.

42.5%라는 불완전 고용률은 '학위의 가성비'가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미국 드림'을 꿈꿨던 유학생들에게 미국 취업 시장은 이제 '꿈의 무대'가 아니라, 현지인들과도 알바 자리나 단순 노무,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도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생존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짐싸서 한국행?

미국의 살인적인 물가와 주거비는 저임금 일자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얻으면, 월세와 보험료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거나 오히려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한국행이 나은 것이죠. 한국에서는 또 부모님 댁에 거주하며 주거비를 아끼거나, 건강보험 등 사회적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며 '저축과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즉, 똑같은 저임금이라도 한국에서의 '가처분 소득'이 훨씬 높습니다.

또 한국으로 돌아와 관련 분야의 인턴이나 중소기업에서라도 경력을 쌓는 것이, 미국에서 배달이나 서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미래의 몸값을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아니면, 고액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영어 선생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미국에서 비자 스폰서가 절실한 유학생은 기업과의 연봉 협상이나 처우 개선 요구에서 늘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부당한 대우나 저임금을 감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신분 걱정 없이 본인의 역량에 따라 자유롭게 이직하고 연봉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자 때문에 이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급변합니다.

AI가 빼앗아간 내 일자리

유학생들의 가장 큰 적은 같은 처지에 있는 대학생 구직자들이 아니라 AI입니다.

미국 취업 시장, 특히 유학생들이 주로 노리는 화이트칼라(사무직) 및 기술직 시장이 AI로 인해 얼어붙었다는 체감은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었다"는 느낌을 넘어, 기업들이 채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력 컨설팅 업체 챌린저(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보고서는 AI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 기업들이 해고 사유로 'AI 도입'을 직접 언급한 수치는 약 4,000~5,000명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으로 포장된 해고 중 상당수가 AI로 인한 효율성 증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2024년 초 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Layoff) 당시, 기업들은 "AI 투자를 위해 기존 인력을 줄인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습니다.

AI는 숙련된 전문가보다는 주니어급(신입) 업무를 먼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학생들에게 치명적입니다.

구인 사이트 Indeed의 데이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데이터 분석 분야의 전체 채용 공고는 2022년 정점 대비 약 30~40% 감소했습니다. 특히 '경력 2년 미만'을 찾는 공고의 감소 폭이 더 컸습니다.

설문조사 기관 Resumebuilder.com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채용 담당자의 38%가 "내년에는 신입사원 대신 AI를 활용하거나, AI를 다룰 줄 아는 소수의 경력직만 뽑을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유학생들이 비자 문제 해결 전 '징검다리'로 활용하기도 하는 프리랜서 시장은 이미 AI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AI 챗봇(ChatGPT 등) 출시 이후, 단순 번역·데이터 입력·기초 코딩·작문 관련 프리랜서 일자리는 약 20% 이상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유학생들이 과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 성격의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10명이 하던 '기초 조사', '엑셀 정리', '기본 코딩' 등 기초적인 분석 작업을 이제 AI를 낀 2~3명의 경력직이 처리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비자 스폰서 비용'을 들여가며 검증되지 않은 유학생 신입을 뽑을 유인이 사라진 것입니다.

면접 전부터 아예 비자 스폰서는 어렵다는 조건을 먼저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미국인 대졸자도 42.5%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데, 비자 스폰서까지 해줘야 하는 유학생은 기업 입장에서 '최하위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학생들이 일자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가장 낮아진 것이죠.

유학생들이 OPT 기간 가장 많이 수행하던 '리서치', '기초 설계', '문서 작업' 등이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과 정확히 겹칩니다.

'비자 로또'에 가로막힌 꿈… H-1B 당첨률 15%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해도 산 넘어 산입니다. 정식 취업 비자인 H-1B를 받아야 장기 체류가 가능한데, 그 문턱이 역대급으로 높아졌습니다.

2026년부터 강화된 '임금 기반 추첨 시스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 신입(Entry-level) 유학생들의 비자 당첨률은 약 15%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비자 스폰서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영주권/시민권자만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걸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강경 기조: "귀국할 마음 없으면 비자 안 줘"

여기에다 최근 미 국무부의 비자 심사 지침 변경은 유학생들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습니다.

학생 비자 거절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인터뷰 시 "이민 의도"가 조금이라도 비치면 비자 발급이 거부됩니다. 그런데 비자 거절율이 무려 35%나 됩니다.

귀국 의무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거나 미국 정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지원자들을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의도입니다.

"유학의 가성비, 다시 생각할 때"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 유학을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닌 '하이 리스크 투자'로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STEM 전공 쏠림: 그나마 체류 기간이 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들은 사정이 낫지만, 인문·사회계열 유학생들의 생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돌아오면 여전히 인재: 미국에서 실무 경험을 쌓지 못하고 귀국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내 취업 시장에서도 이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동안 꿈과 기회를 찾아, 배움과 성장을 위해 미국을 찾았던 많은 젊은 유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미국을 쫓기듯 떠나고 있습니다. 미래의 혁신을 이끌 젊은 인재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꿈의 나라만은 아니며, 갈수록 박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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