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노출자, 가주 거쳐 남태평양 ‘핏케언 제도’ 출국… CDC·영국 보건부 글로벌 공조 추적
잠복기 최대 6주, 치사율 30%대 육박… “승객들 증상 발현 전 미 전역 분산돼 추가 확산 우려”
네덜란드 국적의 럭셔리 탐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MV Hondius)’호에서 시작된 치명적인 한타바이러스 확산 사태의 불똥이 캘리포니아(CA)주로 번지고 있다.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변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가주 주민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보건 당국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긴급 역학 조사에 착수했다.
한타바이러스 소스는 단순한 '독감 유행' 수준이 아니라 '인간 전파가 가능한 변종+치사율 30% 박두+글로벌 추적전'이라는 초대형 보건 재난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중보건국(CDPH)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MV 혼디우스호에 탑승했다가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캘리포니아 주민이 1명 더 추가되어, 주내 총 노출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났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LA·새크라멘토 거쳐 남태평양 외딴섬까지… 첩보전 방불케 하는 동선 추적
이번에 새로 확인된 5번째 가주 주민의 동선은 미 보건 당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주민은 크루즈선 내에서 집단 발병 사실이 공식화되기 전 배에서 내려 캘리포니아 자택으로 귀국했다가, 최근 다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주민이 머물고 있는 곳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영국령 ‘핏케언 제도(Pitcairn Islands)’다.
인구가 수십 명에 불과하고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외딴섬에 노출자가 진입함에 따라, 미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현지 보건 당국과 손잡고 위성을 통한 긴급 원격 모니터링 및 격리 조치를 조율 중이다.
앞서 적발된 가주 노출자 중 2명은 현재 바이러스 격리 전문 시설을 갖춘 네브래스카 대학 의료센터(UNMC)로 긴급 이송돼 격리 관찰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은 북가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와 새크라멘토 카운티 자택에서 지역 보건 당국의 철저한 감시 하에 전하 격리 중이다.
다행히 5명 모두 아직까지는 특별한 임상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쥐 배설물' 넘어 '인간 대 인간' 전파… 공포의 ‘안데스 변종’
세계보건기구(WHO)와 전 세계 방역 당국이 이번 사태에 비상을 걸고 감시 수위를 ‘경고’ 단계로 올린 이유는 바이러스의 정체 때문이다.
MV 혼디우스호 승객들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북미형 한타바이러스가 아닌, 남미형 변종인 ‘안데스 바이러스(Andes virus)’로 확인됐다.
통상적인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쥐)의 침이나 마른 배설물 분진을 흡입해야만 감염된다.
그러나 안데스 변종은 환자의 타액이나 밀접 접촉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파되는 유일한 한타바이러스 계열이다.
현재까지 크루즈선 승객 중 안데스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11명이며, 이 중 벌써 3명이 급성 호흡기 증상 등으로 숨져 치사율이 약 27%에 달하는 치명적인 독성을 보이고 있다.
"시한폭탄은 6주 뒤에 터진다"… 잠복기 비상
감염 의학 전문가들은 이번 크루즈 사태의 진짜 위험성이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안데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소 수일에서 최대 6주(42일)에 달할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CDC 관계자는 "승객들이 감염 여부를 전혀 모르는 '무증상 잠복기' 상태에서 배에서 내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 전역과 전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며 "잠복기가 끝나는 향후 수주 동안 가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2차, 3차 추가 확진자나 사망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CDPH는 주내 의료진들에게 최근 남미 노선 크루즈 탑승 이력이 있거나 관련자와 접촉한 환자가 고열, 근육통, 호흡곤란을 호소할 경우 즉시 격리하고 보건 당국에 신고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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