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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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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태운 ‘방화 살인’… 3년 추적 끝에 미제 사건 해결 LAPD 샤론 김 한인 여형사

2022년 우드랜드 힐스 80대 한인 시니어 잔혹 살해범, ‘연쇄 범죄’ 길목서 검거

정유진 기자
증거 태운 ‘방화 살인’… 3년 추적 끝에 미제 사건 해결 LAPD 샤론 김 한인 여형사
NBC LA 유튜브 동영상 캡처

현장 불 질러 DNA 증발… 2025년 별개 살인범 CCTV 속 ‘특유의 걸음걸이’ 보고 단숨에 포착

아시안 비율 9% 벽 뚫은 LAPD 최고 베테랑 여성 디텍티브 III… 차세대 향해 “실력으로 증명하라”

지난 2022년 남가주 한인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우드랜드 힐스 80대 한인 여성 방화 살인 사건’의 베일이 3년 만에 완벽히 벗겨졌다.

완벽한 미제로 묻힐 뻔했던 이 잔혹한 범죄를 해결한 주인공은 바로 LAPD 강력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유리 천장’을 깨부순 한인 여성 수사관, 샤론 김(Sharon Kim) 디텍티브 III다.

이 사건은 언뜻 보면 단순 미제 사건 해결 같지만, ‘DNA 증거를 다 태워버린 완전범죄형 방화 살인’을 오직 ‘베테랑 한인 여성 디텍티브의 직감과 걸음걸이 분석(gait analysis)’으로 3년 만에 부숴버린 엄청난 서사 수사극이다.

특히 백인·라틴계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LAPD 강력계에서 한인 여성 형사가 최고 수준의 실력으로 완전범죄를 깨부순 것이다.

LAPD 내에서 아시안 여성이 강력계 수장 격인 Detective III(형사 3급)에 초고속으로 오른 독보적인 커리어는 한인 사회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NBC4 등 매체들의 최근 집중 보도에 따르면, LAPD 밸리 지부 강력계를 이끄는 샤론 김 형사는 3년 전 우드랜드 힐스 자택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고(故) 김옥자(당시 81세) 씨 사건의 최종 용의자 에릭 에스카미야(Erick Escamilla)의 자백을 받아내고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흔적 다 태워버린 완전범죄… 오직 ‘모자와 CCTV’만 쥐고 뛴 3년

김옥자 살해 사건은 202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생 교회를 다니며 평범하게 살아온 이민자이자 어머니였던 김옥자 씨는 자택 침실에서 흉기에 찔리고 목이 졸린 채 발견됐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범인이 자신의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시신과 침실에 불을 지른 ‘방화 살인’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현장에 첫발을 디뎠던 샤론 김 형사는 "내 20년 경찰 커리어를 통틀어 이토록 무의미하고 잔혹한 살인 현장은 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범인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결정적인 DNA 증거는 사실상 전멸한 상태였다.

김 형사가 확보한 단서는 범인이 흘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 하나와, 인근 주민들의 링(Ring) 도어벨에 우연히 찍힌 저화질 보안 카메라 영상이 전부였다.

당시 시정부와 LAPD가 5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고 공개 수사에 나섰지만 제보는 끊겼고, 사건은 영구 미제의 늪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2025년 또 다른 살인 현장… “저 걸음걸이, 내가 아는 놈이다”

반전은 사건 발생 3년 만인 지난해(2025년) 찾아왔다.

밸리 빌리지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주거 침입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에릭 에스카미야라는 남성이 체포된 것이다.

별개로 일어난 이 두 사건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은 순전히 샤론 김 형사의 ‘기록적인 직감과 집념’이었다.

새로 터진 살인 사건의 아파트 복도 CCTV 영상을 모니터링하던 김 형사는 소름 돋는 감각을 느꼈다.

화면 속 에스카미야가 복도를 서성거리며 범행 대상을 물색할 때의 특유의 신체 균형, 어깨의 움직임, 그리고 ‘걸음걸이 방식(Gait pattern)’이 3년 전 김옥자 씨 자택 인근 저화질 영상에 찍혔던 용의자의 실루엣과 소름 끼치도록 일치했던 것이다.

김 형사는 즉시 에스카미야의 과거 전과 기록을 샅샅이 뒤졌고, 그가 김옥자 씨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22년 9월에도 인근 지역에서 주거 침입 절도를 저지르다 잡혔던 이력을 찾아냈다.

이 정밀한 데이터와 걸음걸이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김 형사는 취조실에서 에스카미야를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받으며 정의를 구현했다.

만약 김 형사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범인은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첫 번째 범죄는 영원히 숨긴 채 빠져나갔을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아시안 9% 미만"… 실력과 노력으로 편견을 깬 ‘최연소 디텍티브 III’

이번 사건 해결로 미국 주류 사회는 샤론 김 형사의 독보적인 커리어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LAPD 전체 경관 중 아시안 비율이 9%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중에서도 여성은 극소수인 강력계(Homicide Division)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LAPD 강력계 내부에서 최고의 수사 통제관 계급인 ‘디텍티브 III’에 가장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한 엘리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 형사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조직 내에서 '너는 소수계 여성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증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실제로 그렇게 밤낮없이 뛰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끝으로 "이번 검거를 통해 고(故) 김옥자 씨와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유가족들에게 뒤늦게나마 작은 평화와 위로를 전할 수 있어 형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울러 LAPD나 주류 법 집행 기관에 도전을 꿈꾸는 한인 차세대들을 향해 "주변에서 안 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닫아라. 오직 본인의 실력과 독독한 노력으로 그 편견을 부숴버리면 된다"는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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