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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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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이 세계 파괴"… 교황, 이번엔 '자동차 트렁크 밀입국 불법이민자 사제' 주교로 임명 트럼프에 '선전포고'

이성민, 김도현 기자
"폭군이 세계 파괴"… 교황, 이번엔 '자동차 트렁크 밀입국 불법이민자 사제' 주교로 임명 트럼프에 '선전포고'

이란 전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교황 레오 14세가 과거 미국으로 밀입국했던 불법이민자인 엘살바도르 출신 사제를 주교로 임명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및 사회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교황의 이번 인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반이민'과 '반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정면으로 맞서는 바티칸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되며, 미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이번 인사를 단순한 교구 재편을 넘어 백악관을 향한 교황 레오 14세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파격적인 인적 구성: '자동차 트렁크' 밀입국 사제의 주교 발탁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인물은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 찰스턴 교구장에 임명된 에벨리오 멘히바르 아얄라 주교다.

그는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과거 자동차 트렁크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했던 드라마틱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대교구 보좌주교를 맡고 있었다.

아얄라 주교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반(反)DEI' 기조에 맞선 흑인 주교 임명

교황은 또한 아얄라 주교가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워싱턴대교구 보좌주교로 워싱턴DC 소재 흑인 명문 하워드대에서 학내 사제로 일해온 로버트 박시 3세 신부를 임명했다.

박시 3세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공격을 "비미국적"이자 "비기독교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전통적인 흑인 대학에서 활동해 온 인사를 발탁함으로써 인종 정의와 포용성에 대한 바티칸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우연이 아닌 정치적 메시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인사를 단순한 교구 재편이 아닌, 백악관을 향한 교황의 '조용한 선전포고'로 보고 있다.

가톨릭 전문가 그레그 얼랜드슨은 WP를 통해 "이번 임명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의 자격은 충분하지만, 임명 시점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긴장이 고조된 때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이민자와 인종 정의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다.

"목자들은 복음에 대한 도전이나 논란에서 숨지 않는다"는 교황 레오 14세의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고조되는 바티칸-백악관 간의 긴장

첫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교황은 최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소수의 폭군이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종교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작하는 이들에게 화가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과 기자회견을 통해 교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 않았을 것(그가 교황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교황의 자격을 부정하고 존재 자체를 깎아내렸다.

또한 교황을 향해 "범죄에 나약하다(WEAK on crime)", "외교 정책에 있어서는 끔찍하다"고 비난했으며, 자신은 "교황 레오의 팬이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교황을 "매우 자유주의적인 인물(A very liberal person)" 또는 "급진 좌파의 포로"로 규정하며,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을 향해 교황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의 이번 인사를 통해 이민자와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교황청과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및 보수적 사회 정책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갈등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이성민,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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