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과 이란은 건국 기념일과 최고지도자 장례식이라는 각기 다른 국가적 행사를 치르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양국은 현재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자국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대규모 국가 행사를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국 250주년, 트럼프의 '승전 선언'으로 물들다

미국은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미국에 바치는 헌사(Salute to America)'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폭풍으로 인한 지연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이번 행사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축제'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미국 측의 완전한 승리로 귀결되었음을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해군력 전체를 단숨에 궤멸시켰다"며, 미군이 작전 중 150여 척의 이란 군함을 파괴하는 등 압도적인 군사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 85만 발의 불꽃놀이를 동원해 기네스북 기록 경신을 시도하는 등 미국의 강력한 힘과 승리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념식이 다가올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스펙터클'로 변질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장례식, 붉은 복수의 물결

같은 시간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대(大) 모살라 중앙광장에서는 지난 2월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이란은 7월 3일부터 9일까지를 7일간의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하메네이와 그 가족들의 관을 대중 앞에 공개했다.

검은 옷을 입은 추모객들은 하메네이의 순교를 기리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복수를 거듭 다짐했다.

광장 곳곳에는 "사탄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고, 일부 시민들은 '트럼프를 죽이자'는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국영 방송은 장례식 현장을 24시간 생중계하며 내부 결속을 꾀했으나, 현지에서는 당국이 주민과 상점주들에게 장례식 참여를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과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쟁 중의 정치 선전

외신들은 양국의 이러한 행보가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의 피로감을 극복하고, 내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은 승전의 기억을 극대화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이란은 하메네이의 카리스마를 계승한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로의 안착을 위해 전국적인 추모 열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붉은 복수의 함성으로 대변되는 7월 4일의 풍경은, 현재 양국이 처한 대치 국면이 단순한 군사적 갈등을 넘어 이념과 체제의 전면적인 경쟁으로 치닫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