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타던 한·미 조선업 협력이 실무 단계로 진입했다.
미 국방부와 해군이 한국의 대형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 전투함 및 급유함 건조 역량에 관한 공식 정보요청(RFI)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양국 간의 방산 협력이 단순히 정상 차원의 의제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 수립을 위한 실무 검토 단계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RFI 발송의 의미: "실무 검토 시작"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른 이번 RFI 절차는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함정 건조 프로젝트를 수립하기 위해 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첫 공식 절차다.
미 국방부와 해군은 한국 조선사들에게 건조 실적, 설계 역량, 전문 인력 규모, 연간 최대 건조 가능 규모(캐파) 등 조선소의 핵심 역량을 종합적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투함 및 급유함 역량을 제출했고, 삼성중공업은 급유함 프로젝트와 관련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의 '함정 10척' 발언과 맞물린 행보
이번 조치는 단순한 시장 조사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느냐"는 구체적인 질문을 받은 직후 이루어진 실무 절차다.
현재 미 해군은 노후 함정 교체와 중국 견제를 위해 함정 건조 속도를 높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의 검증된 고속·고효율 건조 역량이 미국 함정 건조 생태계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핵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넘어야 할 산과 전망
현재 미 연방 법률(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국 함정의 해외 조선소 건조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RFI는 미 국방부가 향후 법적 규제를 어떻게 완화하고 예산을 반영할지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 성격이 강하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HD현대중공업과 헌팅턴 잉걸스의 협력 등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이 이번 RFI 대응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합의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계약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상 안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진영 내 기술 통합'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해군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공식 편입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자유 진영 방위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