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국-나토 간 방위산업 파트너십 추진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16일(현지시간) 이석배 주러시아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러시아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루덴코 차관은 “한국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나토의 재무장 과정에 사실상 공모하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는 한국이 나토와의 군사·기술적 협력을 심화하는 실질적 조치들이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의 ‘나토 2.0’ 파트너십 추진이 발단

이번 러시아의 반발은 지난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러시아를 자극할 것에 대한 우려로, 특히 군사동맹이라는 점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저울질하며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이 대통령은 결국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 중 유일하게 정상회의에 참석, ‘한국-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 구축을 제안했다.

리아노보스티 등 외신들은 글로벌 방산 강국인 한국이 세계 9위의 무기 공급국이자, 미국 다음으로 유럽 나토 회원국들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의 방산 역량이 나토의 재무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의 참석과 관련, 청와대는 불참 시 러시아와 친러 국가들을 제외한, 그동안 한국과 관계해 온 다른 수많은 국가들에 보내는 부정적 메시지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엇갈리는 국제사회 반응

러시아의 이러한 고강도 비판에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로 한국의 주권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NATO 등 미국과 서방은 한국의 나토 협력 강화는 인태 지역과 유럽 안보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환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북한 밀착에 대응하여 한국의 첨단 방산 기술이 나토의 전력 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나토 밀착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나토의 아시아 확장이 지역 안보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러시아와 궤를 같이하는 비판적 논평을 쏟아내는 중이다.

일본과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들은 한국의 행보에 발맞춰 나토와의 협력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이 나토 내에서 방산 허브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변화 이유는

한국이 과거 러시아와의 외교적 균형을 어느 정도 고려하던 입장에서, 최근 나토와 강력한 밀착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과 한국의 국가적 생존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결속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미사일 기술, 정찰위성 관련 기술 등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며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나토라는 거대 군사 동맹체와 연대하여 러시아를 견제하고 국제적인 대북 압박 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은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를 넘어, 나토의 핵심 산업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명확한 경제·안보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한국-나토 방산 파트너십 2.0’은 단순 판매를 넘어 공동 연구, 생산, 운용을 아우르는 전략적 통합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무기 수요가 폭증했으나 유럽 자체 생산 능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은 검증된 기술력과 신속한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나토의 재무장 과정을 돕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나토 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나토 역시 최근 유럽을 넘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등과 함께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나토의 인태 파트너(IP4)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유럽의 안보 문제와 인태 지역의 안보 문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한국은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안보 이슈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가치 중심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 어떻게 되나?

이번 러시아의 강경 발언으로 한-러 관계는 사실상 냉각기를 넘어선 대립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외교적 마찰이 심화하면서 러시아가 향후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방산 수출 확대라는 경제적 실익과 나토와의 안보 협력을 통한 가치 외교를 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라는 거대 핵보유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공급망·물류·재외국민 보호 등에서의 위험 관리 과제를 안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나토와의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부당한 내정 간섭 시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