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본명 로버트 프리보스트)이 고향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가 장난전화 취급을 당하며 전화를 끊긴 사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미국인 최초로 교황좌에 오른 레오 14세가 최근 고향 은행의 엄격한 보안 규정 때문에 굴욕(?)을 맛봤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도 현대 사회의 '고객 센터 지옥'은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보안 질문은 다 맞혔는데… 방문이라니요?"
이 사연은 지난달 29일,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서 열린 한 선교 단체 모임에서 교황의 40년지기 친구인 톰 매카시(Tom McCarthy) 신부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즉위 2개월 후, 바티칸에서의 삶을 정리하던 레오 교황은 시카고에 둔 개인 계좌의 연락처를 수정하기 위해 고향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교황은 본명인 '로버트 프리보스트(Robert Prevost)'로 신분을 밝히고, 상담원이 묻는 까다로운 보안 질문들에 완벽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을 통과했음에도 상담원은 규정을 내세웠다.
"고객님, 정보를 변경하시려면 본인이 직접 지점에 내방하셔야 합니다."
5,000마일 밖에서 날아온 교황의 한마디
당황한 교황은 "제가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라고 사정했지만, 상담원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교황은 최후의 수단으로 '신분'을 밝혔다.
"혹시 제가 레오 교황(Pope Leo)이라고 말씀드리면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장난전화 사절!" 뚝 끊겨버린 수화기
하지만 이 한마디는 역효과를 불렀다. 시카고의 평범한 은행원이 갑자기 전화를 건 사람이 '교황'이라는 사실을 믿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상담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장난전화로 판단하고 즉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국 '은행장 찬스'로 해결
졸지에 장난전화범이 된 교황은 포기하지 않고 금융권 인맥이 있는 또 다른 친구 시애나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엔 "정책상 안 된다"고 버티던 은행장은 시애나 신부가 "그럼 교황님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자 180도 태도를 바꿨다.
결국 "교황님의 계좌를 놓칠 수는 없다"며 비대면으로 정보 수정을 완료해주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고객 서비스
ABC7은 이 소식을 전하며 "교황조차 피할 수 없는 현대 고객 서비스의 고충"이라고 평했다.
매카시 신부는 강연을 마치며 청중들에게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상상이나 가십니까? 교황의 전화를 끊어버린 여자로 역사에 기록되는 기분을요."
이 에피소드는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레오 14세 교황의 성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인들에게는 '시카고 출신 교황'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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