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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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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건 안보 도박은 끝났다"… 나토의 해체와 '유럽 방위 연합'의 부상

라스무센 전 나토 수장 "나토 해체 목격 중… GDP 5% 지출하는 ‘의지의 연합’ 필요"

이지은 기자

유럽인 81% "공동 방위 정책 지지"… 트럼프발 안보 불확실성이 ‘자립’의 불씨 당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이트하우스 귀환 이후, 70년 넘게 유지되어 온 대서양 안보 동맹(NATO)이 전례 없는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

코리아포탈이 폴리티코(Politico)와 디 벨트(Die Welt) 등 외신의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 없는 유럽"을 준비하는 유럽 내부의 긴박한 움직임을 재구성해 드린다.

2026년 5월, 유럽은 지금 '쉬망 선언' 이후 가장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무용론'과 '안보 청구서'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유럽의 안보 패러다임이 붕괴하고 있다.

유럽 정계의 거물들은 이제 나토라는 '핵우산'이 접힐 가능성에 대비해 독자적인 군사 연합체 창설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의 경고 "고통스럽지만 자립해야 한다"

나토를 5년간 이끌었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의 최근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는 유럽 정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는 지금 위험한 나토의 해체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가 나토 5조(집단방위)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동맹의 신뢰가 바닥났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트럼프)에만 의존하는 안보는 도박이라며, 나토나 EU라는 기존 틀을 넘어,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지출할 의지가 있는 국가들만의 새로운 엘리트 방위 동맹을 제안했다. 소위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는 새로운 유럽 방위 동맹이다.

이 새로운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며, 러시아에 맞설 실질적인 '방파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화할 경우,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우크라이나의 오랜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다.

트럼프 2.0 시대의 갈등: 그린란드부터 관세까지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압박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다각적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강화 요구 등 영토 및 자원, 경제 문제까지 안보와 연계하며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EU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강압 방지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검토하는 등, 안보 동맹국이었던 양측이 경제·안보 전쟁터에서 대치하는 형국이다.

'유럽의 날'에 울려 퍼진 자립의 목소리

5월 9일 '유럽의 날'을 맞아 발표된 통계와 성명은 유럽 민심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신 에우로바로미터(Eurobarometer)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81%가 EU 차원의 공동 국방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유럽의회 초당파 의원들은 "미국에 안보를 맡기는 것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라 '위험한 도박'"이라며 독자적인 지휘 체계와 신속대응군을 갖춘 '유럽 방위 연합' 창설을 공식 요구했다.

현실적 장벽 "꿈은 크지만 돈과 핵우산이 문제"

하지만 독자 노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마르크 뤼터 현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 없이 유럽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꿈 깨라"며 일침을 날리고, 미국의 핵우산을 대체할 대안이 없음을 지적했다.

GDP의 5% 지출은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유럽의 움직임은 단순히 트럼프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값싼 에너지(러시아)', '값싼 상품(중국)', '값싼 안보(미국)'의 시대가 끝났다는 냉혹한 현실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설령 나토가 유지되더라도, 유럽 축(European Pillar)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 역시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안보 분담의 수준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될 것임을 예견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유럽의 독자 생존 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전 세계 안보 지형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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