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회담이 막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들은 양국이 지난해 부산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관세·희토류 전쟁의 '휴전'을 연장하며 안정적 상호주의(Stable Reciprocity)에 합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핵심 안보 뇌관인 이란과 대만 문제에서는 문서화된 합의를 단 하나도 도출하지 못한 채 각자의 갈 길을 갔다고 꼬집었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공감)'된 3가지 핵심
언론들이 분석한 양국의 실질적 합의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연쇄 정상회담을 통한 '갈등 관리' (안정적 휴전)
양국은 올해 최대 4차례 만나기로 합의하며, 당장 오는 9월 24일 워싱턴 DC에서의 재회(트럼프의 답방)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 전 물가 안정이 필요하고, 시진핑은 내부 부동산·내수 침체를 수습해야 한다. 즉, "서로 집안일 바쁘니 최소 내년까지는 싸우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는 '전략적 안정'에 합의한 것이다.
② 수천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딜' (상호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기업 CEO들을 대거 대동한 이유가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산 항공기(보잉), 대두, 에너지를 대량 구매하고 전기차·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는 '경제적 선물 보따리'를 약속했다. 트럼프에게는 "내가 중국에서 돈 벌어왔다"고 자랑할 완벽한 선거용 카드다.
③ "이란 핵보유는 안 된다"는 원칙적 공감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며, 글로벌 물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언론이 짚은 '합의의 이면과 진짜 의미'
하지만 주류 언론들의 시선은 매우 냉소적이다. 이번 합의가 가지는 진짜 속내를 3가지로 분석했다.
의미 하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부실한 거래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양국이 도장을 찍은 '공동합의문'이 없다. 회담이 끝나자마자 백악관은 "중국이 이란 압박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반면, 중국 외교부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WSJ는 "종이 한 장 남기지 못한 회담"이라며 "트럼프는 시진핑의 구두 약속(보잉기 구매 등)을 성과라고 자랑하지만, 중국이 언제든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의미 둘: 9년 전과 달라진 G2 지형, "이제 대등한 라이벌"
2017년 트럼프 1기 시절에는 중국이 고개를 숙이며 천문학적인 구매 청구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진핑 주석은 "MAGA와 중화민족 부흥은 양립할 수 있다"며 미국과 동등한 반열에서 지구촌을 분할 통치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NYT는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국과 패권국의 충돌)'을 언급한 것은, 이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G2 체제를 굳혔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의미 셋: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대만(Taiwan)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충돌할 것"이라고 미국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강한 '협박성 경고'를 날렸다. 트럼프는 공개석상에서 이 말을 듣고도 침묵했다.
WP는 "트럼프가 대만 언급을 피한 것은 대만을 아끼기 때문이 아니"라며 "트럼프에게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보잉기 구매 등)을 더 뜯어내기 위해 쥐고 있는 '인질'에 가깝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 수호 가치가 철저히 '비즈니스'로 치환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은 "구조적인 앙숙(미·중)이 각자의 국내 정치적 사정 때문에 서로 웃으며 악수했지만, 오른손으로는 악수하고 왼손에는 언제든 찌를 칼을 쥐고 있는 상태"라는 평가다.
9월 워싱턴 회담 때까지 이 아슬아슬한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전에 대만 무기 판매나 첨단 반도체 규제 문제로 먼저 터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진 기자
©2026 KOREA PORTA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