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방중 결과를 두고 미국 언론 지형이 거대하게 양분되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은 "시진핑이 트럼프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의 대중국 안보 전선이 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폭스 뉴스 등 보수 진영은 "미국의 경제적, 외교적 실익을 완벽히 챙겼고, 이란 문제에서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코리아포탈이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동상이몽' 시각을 집중 분석했다.
진보 진영(NYT·WP): "가치 버린 트럼프, 시진핑의 'G2 대등론'에 놀아났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겉치레 의전과 경제적 양보에 취해 미국 외교의 원칙을 저버렸다고 전방위적 포격을 퍼붓고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 극찬하고 성조기를 흔드는 중국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 모습을 두고, NYT는 "경의를 표하는 미국 대통령과 자신감에 찬 중국 지도자"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만 침공 위협 앞에서도 침묵한 것은 치명적 약점 노출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자 미화와 안보 패싱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WP는 시진핑 주석이 이틀 내내 트럼프의 모든 동선에 이례적으로 동행하며 시간 투자를 한 것을 두고, '미국 정책은 트럼프 한 사람만 구워삶으면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트럼프 맞춤형 밀착 외교"였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이 그토록 원하던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G2)'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시진핑의 트럼프 틈새 공략이 완전히 성공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정치적 실익만큼은 충분했던 미중정상회담이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미국 대통령 한 명의 성향에 외교의 명운을 걸어야 할 만큼 미국의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시스템이 아니라 '트럼프 개인의 변덕'에 의존하는 평화이기 때문에 시진핑으로서도 시한부 평화인 셈이다.
보수 진영(Fox News): "이보다 더 실리적일 수 없다… 돈 뜯어내고 이란 압박"
폭스 뉴스(Fox News)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진보 언론의 분석을 "현실을 모르는 가짜 뉴스"라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점 인터뷰를 인용해, 중국으로부터 최대 750대에 달하는 보잉 항공기 구매 약속과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농산물)·에너지 수입 확약을 받아낸 점을 집중 부각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제조업과 농가를 살릴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뜯어냈다는 평가다.
2017년 트럼프 1기 방중 때는 중국이 무역 합의를 해주면서 대신 미국의 첨단 기술이나 금융 시장 진입 같은 ‘상응하는 대가’를 거래 테이블에서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약속한 보잉기 750대 구매, 미국산 대두와 에너지 수입은 중국의 기술력을 높이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투자가 아니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바친 ‘순수한 지출’일 뿐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 부동산 붕괴로 내수가 엉망인데, 자신들의 막대한 달러를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곳에 퍼주게 된 셈이다.
중국 경제가 진짜로 부활하려면 미국의 턱밑 칼날을 치워야 한다. 즉, ▲인공지능(AI) 및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해제, ▲미국 내 중국 기업(틱톡 등) 제재 완화 같은 실질적인 경제 족쇄가 풀려야 한다.
하지만, 언론과 싱크탱크 보도를 보면, 이번 회담에서 첨단 반도체나 기술 통제에 대한 합의는 ‘접점 없음’으로 끝났다. 관세와 희토류 통제를 ‘1년 더 휴전’하기로 한 게 고작인데, 이건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그냥 ‘더 나빠지는 걸 잠깐 막아둔 방어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왈츠 UN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 뉴스에 출연해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눈에 띄게 발을 빼기 시작했다(Backing away)"라며 이를 이번 회담의 최대 수확으로 꼽았다.
중국이 이란의 핵 보유 불허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원칙에 동의하게 함으로써, 중동 전쟁의 배후인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적 실리를 챙겼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진핑 역시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의 실익을 챙겨주는 대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많다. 이 자체로 중국에는 엄청난 '경제적 방어 성공'이자 실익이라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 청년 실업, 사상 최악의 부동산 문제, 소비 둔화 등 내부 경제가 너무 심각해서 미국과 전면적인 관세 전쟁을 한 판 더 벌일 체력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중국인들은 자산의 약 70%를 부동산(아파트 등)에 묶어두고 있는데, 2024~2025년에 이어 2026년 현재까지도 중국 70대 주요 도시 중 67개 이상에서 집값이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반토막 나니 가계 자산이 증발했고, 가계 부채는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의 139%까지 치솟았다. 국민들은 지갑을 완전히 닫아버렸고,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늪에 빠졌다. 정부가 가전제품 바꾸면 보조금 주는 '이구환신' 정책까지 쥐어짜듯 썼지만 약발이 전혀 안 먹히는 상태다.
여기에 올해(2026년) GDP 성장률 목표치를 1991년 이후 처음으로 5% 이하(4.5~5.0%)로 하향 조정할 만큼 체력이 바닥나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 GDP 성장률은 5% 안팎이라고 발표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조차도 믿지 않는다. 대신 조작이 불가능한 '세수(세금 수입)', '지방정부 토지 매각 수입', '산업용 전력 사용량'으로 성장률을 추산하는데, 최근 이 지표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폭락을 기록했다.
월가와 글로벌이코노믹 등 경제 전문지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이 진짜 지표들을 기준으로 환산한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겨우 1~2%대로 추락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아직 중진국도 벗어나지 못했는데, 성장판이 닫히면서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률로 추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추가 관세 폭탄을 던졌다면 중국 수출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내수도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주요 제조업 기업들은 향후 1년간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추가 관세 인상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밀어내고 이익을 확정할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만으로도 중국 금융 시장과 수출 대기업들에는 엄청난 호재다.
또한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글로벌 자본이 중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위안화 가치가 폭락(환율 급등)하게 된다. 환율이 요동치면 중국 지방정부들의 막대한 부채 리스크가 터지게 된다.
두 정상이 웃으며 악수하고 "미·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발언한 직후,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가라앉으면서 위안화 가치가 안정세를 찾았다. 중국으로서는 막대한 자본 유출을 막아내며 금융 시스템의 연착륙 기반을 다진 셈이다.
그래서 중국이 돈(보잉기 구매 등)을 주고 붕괴 직전의 내수를 지킬 휴전 기간을 돈으로 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보잉기 구매라는 돈을 지불하고 "중국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경기 부양책을 쓸 수 있는 평화적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가 "시진핑이 트럼프의 강경 노선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한 것도, 중국이 판을 깨지 않고 미국을 통제 가능한 영역(휴전) 안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돈'을 주고 '체면과 안도감(시간)'을 샀고, 미국은 중국과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가로 '진짜 돈'을 챙겼으니, 단기적으로는 양측 모두 윈-윈(Win-Win)인 장사였다고 볼 수 있다.
시장과 전문가의 냉정한 시선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시한부 휴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구체적 문서가 없는 임시 계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공동합의문(Joint Statement)이 전혀 없다. 트럼프가 자랑한 보잉기 구매나 이란 압박 등은 모두 시진핑의 '구두 약속'에 기반한 것이다. 시진핑이 말을 바꾸어버리면 없는 모두 일이 된다.
트럼프 역시 1기 때도 시진핑과 마라라고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우린 친구"라고 한 지 몇 달 만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때리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친밀함은 11월 선거 전까지 경제적 지표(보잉기 판매, 물가 안정)를 만들기 위한 연극일 가능성이 크다.
결론은 '시간끌기'
현재 두 정상 모두 집안 불을 꺼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는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미국 내 물가 폭등을 잡아야 하고, 시진핑은 붕괴 직전인 중국 부동산과 내수 침체를 수습해야 한다.
결국 "서로 가장 취약한 타이밍에 굳이 전면전을 벌이지 말고, 올해 말(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일단 휴전하며 숨을 고르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서로를 제압했다기보다, "서로 펀치를 아끼며 링 위를 빙빙 도는 아슬아슬한 1라운드 휴전"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김도현 기자
©2026 KOREA PORTA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