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를 동시에 탈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1967년(아부다비 기준) 가입 이후 약 60년 만의 결별이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이어온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생산 쿼터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UAE가 독자적인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UAE의 OPEC 및 OPEC+ 탈퇴 선언은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중동의 견고했던 에너지 동맹에 균열이 생겼음을 상징한다.
트럼프, 탈퇴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UAE의 OPEC 탈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단한 일"이라면서 종국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고 모든 것의 가격을 낮추는 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환영했다.
그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나는 그를 잘 안다.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며 "아마 자기 길을 가고 싶은 것 같다"고도 했다.
탈퇴 배경: "더 많이 팔고 싶다" vs "가격 지키자"
UAE의 탈퇴 결정 뒤에는 '생산 능력 확충'이라는 현실적인 경제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UAE는 최근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생산 능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OPEC+의 감산 합의에 묶여 보유한 생산 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생산 쿼터 불만이 이번 탈퇴의 결정적인 이유인 셈이다.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탈퇴가 "2027년까지 일일 생산량을 500만 배럴로 늘리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탈퇴 타이밍'
현재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UAE가 탈퇴를 선언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UAE는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수출이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황이 정상화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공급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마즈루이 장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모든 산유국이 생산에 제약을 받고 있어, 지금 탈퇴하는 것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탈(脫) 석유'를 위한 '석유 자금' 확보
역설적이게도 UAE가 석유 카르텔을 떠나는 이유는 석유 없는 미래(Post-Oil)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UAE는 인공지능(AI), 재생 에너지, 기술 산업으로의 경제 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OPEC의 감산 정책에 묶여 수익을 제한받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석유를 팔아 전환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의도다.
카타르(2019년 탈퇴)에 이어 걸프 지역의 핵심 국가가 이탈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중동 단일 대오'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
유가 하락 압력과 시장의 불확실성
에너지 전문가들은 UAE의 이탈이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위기에 가려져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UAE가 쿼터의 제약 없이 공급을 늘리기 시작하면, 다른 산유국들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증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3대 산유국 중 하나인 UAE가 빠진 OPEC은 향후 국제 유가 조절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2026 KOREA PORTAL.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