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러·우크라 양국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상호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러시아는 전선 전체에 걸쳐 대규모 드론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모스크바 등 러시아 심장부와 후방 석유 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정밀 타격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벨라루스와 라트비아의 전쟁 개입설까지 나오고 있다.
러·우크라 전황은 '전례 없는 규모의 드론전'과 '주변국으로의 확전 공포'가 결합하여 매우 위태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5월의 격전: "하늘을 뒤덮은 드론"
지난 5월 13~15일, 러시아는 1,500대가 넘는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강타했다. 이는 침공 이후 가장 긴 기간 지속된 대규모 공습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16~17일, 1년 만에 최대 규모의 드론으로 모스크바를 타격했다. 단순히 군사 시설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부의 핵심 정유 시설들을 타격해 생산을 중단시키는 등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5월 대공세의 이유
5월에 대공세가 시작된 데에는 군사적, 기후적, 그리고 정치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5월'은 단순한 봄의 시작이 아니라,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군사적 분기점'으로 통한다.
지형의 변화: '라스푸티차(Rasputitsa)'의 종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땅'이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평원은 봄이 되면 눈이 녹고 비가 많이 내려 '라스푸티차'라 불리는 진흙탕이 된다.
이 시기에는 진흙의 위력으로 탱크와 군용 트럭이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전차 부대가 길 위에 묶이면 적의 포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까지 이어지던 진흙탕이 5월로 접어들며 서서히 마르기 시작한다. 땅이 단단해지면 전차와 기갑 부대가 기동하기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며, 이때부터 대규모 지상 공격이 가능해진다.
시각적 엄폐물: '식생의 성장'
5월은 우크라이나의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전쟁은 드론이 지배한다. 앙상한 겨울 들판에서는 드론의 감시를 피하기 어렵지만, 5월이 되어 풀과 나무가 울창해지면 병력과 장비를 숨길 수 있는 자연적인 은폐물이 생긴다. 이는 대규모 부대가 움직일 때 드론의 눈을 피해 적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된다.
정치적 상징성: '전승절'과 '주도권 확보'
정치적으로도 5월은 매우 민감한 달이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을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로 기린다. 러시아는 통상 이 기간 전후로 자국 내부에 승리나 성과를 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공세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러시아의 공세를 꺾고, 여름이 오기 전 전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5월부터는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타이밍이다.
여름 대전의 전초전
5월의 대공세는 '여름 전쟁을 준비하는 서막'이다.
지상전이 가능한 환경(단단해진 땅)이 조성되는 시점에 맞춰, 양측 모두 군사적 자원을 최대로 투입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서방의 지원 무기가 본격적으로 전선에 배치되는 시기를 5월 이후로 잡고 있고, 러시아는 그 지원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전선을 무너뜨리려 하니 5월이 가장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전선이 넓어진다? 주변국 개입설의 실체
전쟁이 길어지자 양국은 서로 상대가 '제3국을 활용해 공격하고 있다'며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북부 전선을 확대하려 한다는 5가지 시나리오를 포착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핵 배치 기지'로 활용되면서 긴장이 극에 달한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회원국인 라트비아 기지를 활용해 드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라트비아를 향해 보복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는 라트비아와 서방이 "명백한 허구"라고 강력 반박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나토 국가를 침공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정보전(Information Operation)'으로 분석하고 있다.
평화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중동 문제 등으로 중재 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마저 "진전이 없다면 시간 낭비하지 않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은 사실상 동면 상태다.
젤렌스키는 "6월 장거리 작전 계획"을 승인하며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려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쟁의 새로운 위험 요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라트비아 등)을 향해 보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엔 러-우 간의 전투였다면, 지금은 러시아가 '나토 국가인 라트비아를 공격할 빌미(드론 기지 제공설)'를 만들고 있다. 이는 전쟁의 판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동유럽 전역으로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벨라루스에서의 핵 훈련과 맞물려, 국제 사회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나 라트비아를 전면전의 도화선으로 쓸지 여부를 초긴장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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