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패션 대기업 '망고(Mango)'의 창업주 이사크 안디치(Isak Andic) 회장의 사망 사건이 단순 추락사에서 살인 혐의를 둔 수사로 전환되며 유럽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장남 조나탄 안디치(Jonathan Andic)가 최근 부회장직에서 일시 사임하며 법적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인가, 타살인가?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El País), 라 방구아르디아(La Vanguardia)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 14일, 이사크 안디치 회장이 바르셀로나 인근 몬트세라트 산에서 아들 조나탄과 등산하던 중 약 15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현장 상황에 따라 '단순 사고사'로 결론 짓고 수사를 종결했었다.
그러나 스페인 카탈루냐 경찰(Mossos d'Esquadra)은 조나탄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현장 상황과 모순되는 점을 발견, 2025년 10월부터 이 사건을 '살인(homicide)'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재수사로 전환했다.
법원이 주목한 '살인 혐의' 정황
스페인 법원의 영장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사 당국이 조나탄을 피의자로 특정하게 된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나탄이 사건 발생 며칠 전 해당 산길을 3차례나 방문해 현장을 사전 답사한 사실이 추적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조나탄은 처음에 아버지가 사진을 찍다 추락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주머니 속에 있었다. 또한 등산 위치나 목격 시점에 대한 진술도 번복되었다.
이러한 진술 번복과 증거 불일치로 인해 조나탄은 수사 당국의 의심을 사게 됐다.
조사 결과, 이사크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선 재단을 설립하고 유언장을 변경하려 했다는 사실을 조나탄이 인지한 직후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조나탄이 아버지에게 조기 상속을 요구하며 금전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전 갈등이 아버지에 대한 살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자간의 왓츠앱 메시지에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원망, 죽음을 암시하는 표현 등이 다수 발견되었다.
장남 "아버지와 관계 원만했다"
조나탄은 지난 19일 체포된 후 100만 유로(약 15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망고 부회장직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나 법적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서한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여론이 편파적이고 왜곡된 서사를 만들고 있다"며, "언론이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유죄 추정'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 강조했다.
망고 이사회는 조나탄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가 사법 절차에서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망고는 매출 38억 유로(약 6조 6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안디치 가문이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창업주 사망을 둘러싼 가족 간의 비극일 뿐 아니라, 글로벌 패션 기업의 경영권 승계 및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된 사안이라 스페인 현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스페인 사법 당국은 조나탄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재판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전 세계 재계와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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