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최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중동 정세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이 참여한 이번 서명식에 대해 전 세계는 신중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엇갈리는 의견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MOU를 통해 이란의 비핵화 의무 이행을 검증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적인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란의 핵 포기 약속이 실질적인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퍼주기식 합의'가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전쟁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합의의 세부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MOU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이란에 대한 지나친 양보이자 재앙적 실수"라는 강경파의 반발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매파)들은 이번 합의가 오히려 이란의 핵 보유 야망을 방치하고 중동 내 영향력만 키워줄 것이라며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조속한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결책을 찾을 공간을 주어야 한다"며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이번 MOU를 "재앙적인 실수(disastrous mistake)"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슬람 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란 정권이 여전히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가 유입되고 핵무기 개발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갖게 된다면 이는 역사적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이번 합의를 "전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답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며, 이란이 자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MOU가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핵합의보다 나을 게 없다는 취지로 혹평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역시 MOU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60일간의 휴전(Ceasefire)을 두고 "재앙(disaster)"이라고 칭하며, 그동안의 군사적 성과들이 모두 허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는 이란에 항복했다"며 매우 직설적인 표현으로 합의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협상파와 강경파 분열

이란 내부에서도 이번 종전 양해각서(MOU)를 두고 실용주의 노선의 협상파와 강경한 대미 적대 노선을 견지하는 강경파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미 협상대표였던 이란의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경제적 제재 완화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을 포함한 정부 내 실용주의 인사들은 극심한 경제 위기 타개와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종전을 통해 동결자금 해제 및 재건 자금을 확보하여 민생 안정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이번 합의를 '미국에 대한 굴복' 또는 '항복'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사찰과 검증 체계 허용이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합의 사항이 이행되는 과정에서도 언제든 협상을 거부하거나 무력 충돌을 재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내부 언론들도 이번 MOU를 두고 상반된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일부는 종전을 통해 지역 안정과 경제 회복의 기회가 열렸다고 환영하는 반면, 다른 매체들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되찾으려 한다"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란 강경파 매체들은 종전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도 서명 시기나 위치를 두고 거짓 주장이라며 비판하거나, 갈리바프 의장이 서명한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등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란 내부의 강온파 충돌은 이번 60일간의 기술적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다. 만약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 개발 포기 및 검증 조치가 이란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자극할 경우, 합의는 언제든 파기될 위험을 안고 있다.

신중한 미국 내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합의문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의 구체적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신중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부각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문제가 '미해결 상태'임을 강조하며 향후 이란의 약속 이행 여부를 엄격히 감시해야 한다는 보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특히 레바논 철수 문제가 MOU에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

MOU는 '한 페이지 반 분량의 대략적인 문서'로,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은 향후 진행될 기술적 협상에 달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선 현재 60일간 통행료 면제가 명시되었으나, 이란은 60일 이후 서비스 수수료 징수를 계획하고 있어 미국과 입장 차가 존재한다.

양측은 신뢰 구축의 초기 단계로, 이란의 '작은 제스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가 향후 협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