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내 직장인 부모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겪는 이른바 '이중고(Double Burden)'가 한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6년 3월 미국 내 직장인 부모 2,2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부모가 업무와 육아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가정의 경계가 무너진 일상

조사 대상 직장인 부모의 59%는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70%는 근무 중에도 육아 관련 일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따로 없다.

응답자들은 "아이가 없는 것처럼 일해야 하고, 직장이 없는 것처럼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자조 섞인 토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응답자의 54%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으며, 45%는 육아가 경력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다.

직장인 부모는 일도 육아도 모두 잘 해내기를 바라는 불가능한 기대치에 시달리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소득 수준과 직종에 따른 '유연근무제 격차'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도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였으나, 실제로 충분한 유연성을 보장받고 있다고 답한 부모는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특히 저소득층 부모의 경우, 긴급 상황 발생 시 조퇴나 결근을 할 경우 임금 삭감(52%)이나 해고(31%)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 부모는 비교적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육아와 관련된 직장 내 격차가 소득에 따라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직장맘 부담이 더 크다

부모 중에서 특히 어머니들의 부담이 훨씬 컸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81%가 근무 중 육아 업무를 병행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아버지(62%)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자녀가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육아 공백이 생길 때 직장에서 시간을 내는 주체 역시 어머니인 경우가 많아 '경력 단절'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육아를 위한 편의'로만 프레이밍할 경우, 관리자들이 이를 '몰입도가 낮은 업무 방식'으로 오해하여 승진이나 팀 기여도 평가에서 차별을 두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멀티태스킹, 지속 가능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현재의 개별적인 '멀티태스킹'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유연한 근무 형태가 단순히 '육아를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신뢰 기반의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Millennial, Gen Z)를 중심으로 유연 근무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보다 구조적인 지원 정책(사내 보육 시설, 유연한 시간 관리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