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의 핵심 생계 수단인 소셜 연금(Social Security) 수령액에서 남녀 간 격차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연금 재정 고갈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평생 누적된 임금 차별이 은퇴 후 ‘여성 시니어 빈곤 급증’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어 시급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숫자로 드러난 소셜 연금의 성별 양극화

금융정보 전문매체 파이낸스버즈(FinanceBuzz)가 연방정부의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은퇴 연령층이 마주한 노후 소득 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62세 이상 여성 소셜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1,760달러인 반면, 남성은 $2,198달러를 수령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매월 $438달러, 연간으로는 무려 $5,254달러나 적게 받는 셈이다.

전체 소셜 연금 수급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이는 평균 수명이 상대적으로 긴 여성들이 연금에 더 오래 의존하지만, 정작 생계유지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비혼·독거 여성 시니어의 빈곤율 급증

전국여성법률센터(NWLC)의 2024년 인구통계 분석은 은퇴 여성들의 취약한 경제적 기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5세 이상 여성의 빈곤율은 2023년 15.0%에서 2024년 16.2%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의 빈곤율은 13.5%로 동결되어 성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상황은 가혹해진다. 80세 이상 초고령 여성의 빈곤율은 21.0%를 기록해 전체 고령층 세부 집단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배우자가 없는(사별, 이혼, 별거, 평생 미혼) 65세 이상 ‘비혼·독거’ 여성의 빈곤율은 21.4%로, 배우자가 있는 기혼 여성의 빈곤율(10.9%)보다 거의 두 배나 높았다.

평생의 임금 차별이 만든 ‘누적된 불평등’

전문가들은 노후 연금 격차의 근본 원인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와 가사·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꼽는다.

소셜 연금 제도는 근로 기간 동안의 소득을 기반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격차가 은퇴 후 증폭되는 구조다.

연방 센서스국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의 83%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여성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교육, 간호, 보육, 행정지원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고 파트타임 근무 비중이 크다.

기초 소득에서 차이가 나고, 이것은 소셜 연금의 차이로 이어진다.

육아나 부모 부양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소셜 연금 산정 과정에서 해당 기간의 소득이 '0원'으로 처리되어 최종 연금 수령액이 크게 삭감된다.

경제 구조에 따라 주(State)별 격차도 벌어져

남녀 간 연금 격차는 지역별 산업 구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금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유타주로 27%에 달했다. 유타주의 남성은 월평균 $2,400달러를 받는 반면 여성은 $1,751달러에 머물러, 월 $649달러(연간 $7,785달러)의 극심한 차이가 발생했다. 루이지애나(25.9%)와 와이모잉(23.9%)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에너지, 광업, 농업, 제조업 등 전통적인 남성 중심 고임금 산업 비중이 높은 곳들이다.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워싱턴 D.C.였다. 워싱턴 D.C.의 남녀 격차는 월 $174달러에 불과했다. 연방정부 공무원 비중이 높고 직급별 임금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와이와 뉴욕 역시 여성의 전문직 진출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경우 남성 $2,125달러, 여성 $1,720달러로 월평균 $405달러(19.1%)의 차이를 기록했다.

2032년 ‘기금 고갈’ 예정… 개인 차원의 방어책 필수

가장 큰 문제는 시간마저 은퇴 여성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소셜 연금 기금은 2032년 고갈될 것으로 예고되어 있으며,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령액이 20% 이상 일괄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소셜 연금에만 의존하는 노후 계획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젊은 시절부터 개인은퇴계좌(IRA)나 직장에서 제공하는 401(k) 플랜 등 민간 은퇴 계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고용주가 일정 비율을 매칭해주는 ‘회사 매칭 혜택(Employer Match)’은 무조건 최대치로 받아 챙겨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저축과 투자를 시작해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만이 공적 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고 노후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돌파구다.